코로나 특수를 타고 급성장했던 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 위축과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수년간 독주해온 무신사는 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 에이블리, 브랜디 등 후발 주자들은 장기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업체마다 자체브랜드(PB) 사업에 뛰어들거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내외 패션 플랫폼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어서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위 무신사도 적자 전환13일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4월 무신사의 PC·모바일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746만8000명으로, 작년 4월(932만6000명)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무신사 MAU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 1273만3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작년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패션 플랫폼 시장점유율 2위를 다투는 지그재그와 W컨셉의 4월 MAU도 작년 4월 대비 각각 1%, 20% 줄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데다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결과”라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업계에서 W컨셉과 함께 드물게 흑자 기조를 이어온 무신사는 지난해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전년 대비 19% 넘게 급감했다.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가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형을 불리기 위해 2021년 인수했다가 적자 지속으로 문을 닫은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에 대한 영업권 손상차손도 발생했다. 그 결과 순손익도 전년 흑자(1153억원)에서 적자(-558억원)로 전환했다.
1위 업체마저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패션 플랫폼의 추가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와 할인쿠폰, 무료 배송을 바탕으로 압도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아직 e커머스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무신사는 지난달 비용 지출이 큰 익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탓에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PB 제품으로 돌파구 모색이들 업체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무신사는 마진율이 높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PB ‘무신사스탠다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신사의 PB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25%로 뛰었다. 지그재그도 이날 신규 브랜드인 ‘페어데일’ 등을 선보이며 PB 시장에 진출했다.
중·장기적 방안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W컨셉은 2016년 미국에 ‘W컨셉USA’를 세우고 일찌감치 해외 공략에 나섰다. 무신사도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무신사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패션업계에서는 “엔데믹 이후 부후, 아소스 같은 글로벌 패션 e커머스 업체들도 고전 중이어서 무신사 등이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