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크루즈 여행 즐길 때…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MZ세대

입력 2023-06-13 17:11
수정 2023-07-05 00:01


미국의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서 세대별 지출 격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퇴 연령에 진입한 60대는 지출을 늘렸고, 20~30대 젊은 층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1945년~1963년 출생자)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격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이코노미스트는 "세대 간 소비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BofA의 카드 지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가계 지출은 전년 동기 0.2% 감소했다. 소비 둔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세대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1928년~1945년에 태어난 ‘전통주의자’ 세대는 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5.3%로 가장 많이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도 2.2% 늘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지출은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노년층의 소비 증가 추세는 여가 활동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BofA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폐쇄가 끝나자 숙박, 항공, 크루즈 여행 등에 거액을 지출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은 사회보장금 혜택을 받아 소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 올해 1월부터 사회보장금 수급자들은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큰 폭(8.7%)의 생활비 조정 혜택을 받았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BofA에 따르면 생활비 인상을 받은 가구를 중심으로 지출 폭이 크게 늘었다.

틴슬리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부머들의 공격적인 소비가 아니라면 전반적인 소비 지출은 훨씬 더 약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젊은 층은 대출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때문에 여가생활 지출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치솟는 임차료와 주택 가격,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주거 비용 상승 부담이 가장 크게 늘었다. 노년층보다 이사가 잦다 보니 관련 비용도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자금 대출 역시 젊은 층의 소비를 옥죄는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8월이면 조 바이든 정부의 한시적인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탓에 대출 상환 재개를 대비해 MZ세대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