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운명'을 힙합으로 바꿔줘"…AI가 2분 만에 '뚝딱'

입력 2023-06-13 15:42
수정 2023-06-13 17:15

생성 인공지능(AI) 기술로 음원 시장에 깃발을 꽂으려는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AI 기반 음악 생성 기술을 상용화한 데 이어 메타도 음악 생성 도구를 이달 출시했다. 음원 시장이 생성 AI 기술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이달 초 자체 AI 기술을 적용한 음악 생성 도구인 ‘뮤직젠’을 출시했다. 뮤직젠은 멜로디 파일과 텍스트를 동시 활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이용자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일부 멜로디를 삽입하고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넣어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곡으로 바꿔달라”고 입력하면 리듬감이 물씬 나는 교향곡이 2분 만에 탄생하는 식이다.

업계에선 메타의 이번 서비스 공개가 구글의 최근 행보에 맞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AI 음악 생성 도구인 ‘뮤직LM’을 상용화해서다. 구글은 지난 1월 개발 논문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현재는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5개월도 안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사용자 모두 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접근 장벽을 낮췄다. 음악 생성 시장의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후발 주자인 메타는 공개적으로 구글과의 비교 평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뮤직젠을 공개하면서 구글의 뮤직LM과 음악 생성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메타는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12초 길이 음악을 생성할 수 있는 무료 버전도 내놨다. 메타 관계자는 “뮤직젠을 개발을 위해 1만여개의 곡과 39만여개의 악기별 트랙 등을 AI에 학습시켰다”며 “AI가 학습한 음향의 연주시간만 2만 시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빅테크들이 잇따라 음악 생성 시장에 눈독 들이는 데에는 이 분야가 생성 AI의 수익 실현이 빠르게 가능한 시장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시장분석업체인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세계 음악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달러(약 29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2년 26억6000만달러(약 3조3800억원)로 11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송출이 대중화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배경음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도 지난해 8월 AI로 음악을 생성하는 영국 스타트업인 ‘AI뮤직’을 인수하면서 음향 분야에서 AI 기술력을 확보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2020년 AI 기반 음악 생성 기술인 ‘주크박스’를 확보하면서 음악 시장 진출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국내에선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인 ‘포자랩스’가 AI로 음원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B2B(기업 간 거래)로 제공하고 있다. 연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도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