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못 잡으면서 시끄러운 '주방후드'…신기술로 다 잡아냈다

입력 2023-06-13 16:08
수정 2023-06-13 18:31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저층은 후드 힘이 약해 먼지 하나 못 잡고, 고층은 시끄러운 모터 소리에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 벌어지죠. 건강과 실내공기 오염 두 문제를 동시에 잡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며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희 에이큐씨 최고경영자(CEO)는 연구개발실에 마련된 대형 배기관을 만졌다. 아파트 배기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모형에는 각 집에 해당하는 후드가 달렸다. 후드 끝 센서에는 배기 풍량이 표시됐다.

박 CEO는 “모든 집에 설치된 후드에서 같은 압력으로 먼지를 빨아들여야지, 어느 집은 약하고 어느 집은 너무 강하면 안 된다”며 “고층은 소음이 심하고 저층은 기준 풍량에 미달해 실내오염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가 기존과는 아예 다른 새로운 배기 시스템을 고안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로 주방 후드는 신축 아파트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시설 중 하나다.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유해 가스를 흡수하고 깨끗한 실내 공기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대부분 성능이 부족하다 보니 장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난해 상반기 준공검사에서 주방 후드의 배기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2021년 입주를 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체 가구 중 43%가 주방 후드 성능을 지적했다. 대부분 배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고층 아파트일수록 저층 가구들의 불만이 컸다. 입주 단지마다 불만이 반복되자 LH는 지난해 주방 공용 배기 설비의 성능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박 CEO는 같은 아파트 안에서 가구마다 풍압이 제각각인 점에 착안했다. 어떻게 하면 모든 가구가 같은 압력(배기풍량)으로 조리시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를 빨아들여 건강 친화형 주택과 쾌적한 실내 공기질 유지를 위한 고민 끝에 풍량을 조절하는 ‘전동댐퍼’가 문제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압력 변화에 스스로 환기구를 조절해 일정 풍량을 유지할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년여간의 개발 끝에 에이큐씨는 새로운 지능형 정풍량 전동댐퍼와 정정압 환기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에이큐씨의 정풍량 전동댐퍼는 가구 내 배기 압력의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고 배기 풍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댐퍼가 열림과 닫힘 기능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열리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구마다 댐퍼 마개의 열리는 정도가 자동으로 조절돼 저층과 고층이 같은 압력으로 유지된다. 덕분에 저층 가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역류 현상도 해결했다. 동시에 단지 내 관리실에서 모든 환기 시스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고장에도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에이큐씨는 새 제품에 대한 특허와 함께 최근 공인시험 연구소의 시험성적서까지 확보했다. 기존 제품보다 최대 70% 전기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소음도 50dB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가구 천정에 붙어 수리를 위해 후드 상부를 뜯어내야 했던 관리 문제도 후드 앞부분에 부착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최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계설비전시회에 참가해 신기술을 선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LH의 새로운 배기 시스템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시중 유일한 제품이 됐다”며 “새 기준에 맞춘 공인기관 시험성적서까지 확보해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