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3일 14: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협동로봇 1위 기업인 두산로보틱스가 시가총액 1조6000억원을 목표로 유가증권시장 입성에 도전한다. 최근 로봇 관련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과 성장 단계를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수십조원을 벌어들이는 해외 로봇 기업과 달리 국내 로봇 기업들은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총 1조3000억~1조6000억원 목표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내부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앞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평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9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의 평균 할인율 20~35%를 적용하면 공모 단계에선 약 1조3000억~1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할 것으로 추산됐다. 모집주식 수를 감안한 공모자금은 약 4000억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등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로봇 기업인 주가가 연초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하면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작년 1월 두산로보틱스가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대상으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 기업가치는 약 4000억원이었다. 두산로보틱스가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1년 6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3~4배 뛰게 된다.
그룹 차원에서도 2022년 채권단 관리 졸업 이후 체질 개선이 이뤄진 두산그룹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알릴 기회인 만큼 기업가치를 높여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시장의 평가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매출 450억원, 영업손실 132억원을 낸 적자 기업이다. 작년 성장성을 무기로 증시 입성에 나선 대다수의 조단위 적자 기업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증시 입성이 무산된 바 있다. 외형 격차 큰 해외 기업, 고평가된 국내 기업 '고심'로봇 산업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성장기인 만큼 비슷한 시가총액과 유사 사업모델을 갖춘 비교기업으로 삼을 상장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두산로보틱스는 미래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로 기업가치 산출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의 ‘빅4’로 불리는 일본 화낙, 스위스 ABB, 일본 야스카와전기, 독일 쿠카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기업은 연간 수조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이다. 시가총액도 수십조원에 달한다. FANUC의 시가총액은 약 47조, ABB의 시총은 99조원에 달한다. Yaskawa와 KUKA의 시가총액은 각각 16조원, 4조원 수준이다.
PER 측면에서도 해외 상장사로만 기업가치를 산정하긴 두산로보틱스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이들 기업의 PER은 20~30배 수준이다.
국내 협동로봇 제조 상장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등이 있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해 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PER은 약 100배이며 뉴로메카는 적자 기업으로 PER이 산출되지 않는다.
이에 산업용 기계 로봇, 서비스로봇,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 국내 비교 상장사를 물색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 대다수 로봇 관련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2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사란 점이 고민거리다.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사와 국내 중소형사 사이의 중간 위치에 있는 게 두산로보틱스의 현 상황”이라며 “글로벌 대형사와 비교하기엔 부담이 크겠지만, 반대로 이익 대비 기업가치가 높은 국내 중소형 로봇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삼기엔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을 시장에 알리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번 공모에선 별도의 구주매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구주매출로 공모 흥행에 부담을 주지 않겠단 의도로 해석됐다.
두산로보틱스 최대주주는 ㈜두산으로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6.8%)와 한국투자파트너스(2.3%)가 갖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도 투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투자금 회수 일정을 뒤로 미뤘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