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건에 연이은 중형 선고…기업 대응도 달라져야

입력 2023-06-13 16:44


법원은 지난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ATK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해당 사건의 사고는 2020년 6월 A사가 관리하던 시설의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윈치를 이용하여 18미터 아래로 H빔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윈치프레임이 전도되면서 아래로 떨어지자 윈치프레임의 컨트롤러 및 H빔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근로자가 함께 18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였다. 피고인 B는 A사의 대표이사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과 관계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였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안은 아니었는데, 사건의 쟁점 중에는 A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지, 아니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지 여부가 있었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의 개념에 대해,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법원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단서가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비록 제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단서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문언을 해석함에 있어 ‘위험의 외주화’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 고려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한편, 이번 판결 선고는 사건 발생의 시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대재해에 대해 도급인(도급인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기는 하였지만)의 대표이사가 제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사례인데, 중대재해처벌법 2호 사건에서 도급인의 대표이사가 구속된 이후 또다시 법원이 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라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처벌 수위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①이 사건 추락 사망사고 이후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수립시행(안) 등을 작성하여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②피고인 B가 A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한지 두 달 보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 ③수 십 년간 공무원으로 일해 오면서 A사의 사장을 역임하는 등 성실한 사회인으로 살아온 점, ④아무런 전과도 없는 점을 유리한 양형사유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A사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 B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는 피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차대한 결과불법을 야기한 점, ②피고인 B가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A사는 책임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③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A사가 관리하는 시설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2016년과 2017년에 2건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점, ④피해자의 유족들을 위로하거나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한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 B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공판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진행 경과를 알 수 없고, 형량의 결정은 법관의 전권사항이므로 법원이 이와 같이 중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원의 양형 결정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먼저,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법리적으로 A사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은 이를 아무런 반성 없이 변명을 한 것으로 판단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참고하는 것을 넘어 양형에까지 불리한 요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으로서는 법리상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이를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러한 무죄 주장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까지 삼는 것이 적정하였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A사나 피고인 B는 피해 근로자 유족과 합의를 하였고 그에 따른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었는데, 법원은 그 합의를 한 유족이 피해 근로자의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보여 처벌불원의사를 밝힐 수 있는 진정한 유족인지 의문이라는 이유로 전혀 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구체적인 사정은 알 수 없으나, 판결상 적어도 A사나 피고인 B가 유족들과 합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도 양형에 있어서는 ‘유족들을 위로하거나 합의한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B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사건 발생 당시 A사의 대표이사로 부임한지도 불과 두 달 보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이 양형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 역시 아쉽다.

어쨌든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의 형사책임을 엄격히 묻는 판결이 다시 한 번 선고되었다. 사업주들로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안전보건조치 확보 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나아가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이면 (1)종전에 발생한 중대재해가 있었으면 적어도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보건조치를 최대한 취하고, (2)공사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이나 사업장 안전진단 등을 통해 지적된 사항이 있으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최대한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수사나 공판이 진행되는 단계에서는 (1)변명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방어논리를 구성하고, (2)피해 유족들 위로 및 합의에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