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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5년간 936억달러(120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했는데도 주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주부양 정책으로 꼽히지만 자본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12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S&P500 기업 중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상위 20개 상장사와 이들의 주가 추이를 공개했다.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애플로, 3936억달러(505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다음으로 알파벳(1806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215억달러), 메타(1034억달러), 오라클(1026억달러) 순이었다. 936억달러를 기록한 BoA는 6위에 올랐다.
그러나 주가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애플은 최근 5년간 주가가 279% 상승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16%, 221% 상승했다. 메타는 42%, 오라클은 140% 올랐다.
그러나 BoA는 이 기간 주가가 2% 떨어졌다. 빅테크가 아닌 점을 감안해도 나홀로 주가가 뒷걸음질했다.
딕 보브 오디언캐피털그룹 전략가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5년간 BoA의 자사주를 매입은 주주들에게는 낭비였다”고 지적했다.
일반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 매입은 유동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단행한다.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일반 기업들은 이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이 신뢰도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은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자본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미 금융 당국이 대형은행들의 자본 요건을 20%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면 당장 수익도 지장을 받는다. 보브 전략가는 “은행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수익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자본을 자사주 매입에 끌어다 쓰면 대출 등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워 향후 수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켓워치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 경영진들이 주식을 받을 때 쓰이기도 한다고 짚었다. 기업이 임원들에게 보상 중 하나로 신규 발행을 통해 주식을 지급하면 일반 주주들의 소유 지분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 이때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에 풀린 주식 수를 줄여 지분 희석을 완화하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수가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