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86)가 12일 별세했다.
BBC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만성골수백혈병(CML)에 따른 폐 감염으로 지난 4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 45일간 이곳에 입원했다. 최근 상태가 악화하며 나흘째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못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36년 9월 29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밀라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났다. 밀라노국립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고향 밀라노에서 건설회사를 설립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로 성장한 그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C밀란 구단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부와 권력을 쌓은 그는 1994년 총선에서 처음 집권에 성공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어 2001~2006년, 2008~2011년 모두 세 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감안하면 네 차례) 총리를 지냈다.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9년) 기록이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스캔들의 제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을 정도로 뇌물, 횡령, 성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1년에는 미성년자와의 성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2013년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했다. 2014년 이혼 후 49살 연하 여성과 결혼하는 등 결혼과 이혼도 반복했다.
한동안 정계를 떠났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우파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막후에서 상당한 입김을 행사했다. 그는 5년간 공직 진출 금지가 풀린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에서 10년 만에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고인은 투사였다”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데 두려움이 없었고, 바로 그 용기와 결단력이 그를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