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 통째 베껴 中에 '복제공장' 만들려 했다

입력 2023-06-12 18:27
수정 2023-06-20 16:18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설계 노하우가 집적된 자료를 몰래 빼내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던 일당이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주도한 이번 범행으로만 최대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 등을 지낸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A씨와 함께 삼성전자 협력회사인 B사를 통해 반도체공장 설계 자료를 빼낸 공범 6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18년, SK하이닉스에서 10년 동안 임원으로 재직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그는 2015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자본 약 4600억원을 끌어와 중국에 회사를 세우고, 대만의 한 전자제품업체로부터 8조원대 투자를 약정받아 싱가포르에 반도체업체 C사를 따로 설립했다. 이후 고액 연봉을 내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반도체 인력 200여 명을 C사로 영입했다.

회사 자본과 인력 확보를 마무리한 A씨는 2018년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지역에 복제공장을 짓는 작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설계도면 △클린룸 조성 조건(BED·베이식 엔지니어링 데이터) 등을 몰래 획득해 생산기지 건설에 무단으로 활용했다. 해당 설계 자료는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영업비밀이다.

검찰은 이 자료의 가치가 최소 3000억원, 최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설계도면 작성 비용만 최소 1428억원, 최적의 공정배치도 도출 비용은 최소 1360억원, BED 기술 개발 비용은 최소 124억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공정배치도와 BED는 3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낸드플래시 제조 기술로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국내 반도체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대량 생산되면 국내 반도체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