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놓고 사안마다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문제로 정부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나 중국 측에 한국 정부 비판의 판을 깔아주는 ‘굴욕 외교’를 했다며 맞불을 놨다.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는데 이는 무단 방류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방류 시운전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안전이 검증되면 (오염수를) 마시겠느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안전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답했고, 김 의원이 “그러면 공수해 올까요?”라고 재차 묻자 한 총리는 “그렇게 하라”고 맞섰다.
여야의 거친 공방으로 잇달아 야유와 고성이 오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과거에도 그런 것처럼 국민의 건강,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갖고 괴담을 퍼뜨리고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도 “선동이라고 비난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이에 본회의장 야당 좌석에선 “방사능이 안전하냐” “오염수 한번 드셔보시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잘했다”고 박수를 치며 맞대응했다.
여당은 이 대표와 싱 대사 간 회동에서 불거진 중국의 ‘외교 결례’ 논란에 공세를 집중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타국 대사가 우리 정책에 관여하는 데 자리를 깔아주고, 고압적으로 이어지는 막말에 공손히 두 손 모아 들으면서 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사대주의적인 ‘중국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도 “주한 대사가 야당 정치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묵과할 수 없는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중국에 대한 대결적 외교 정책이 한국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맞섰다. 윤호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치외교’를 내세워 과도하게 중국, 러시아에 적대적 언사를 함으로써 경제와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맹진규/박주연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