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 준대도 의사 못 구해서 난리? 한국은 왜 그래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6-12 07:01
수정 2023-06-12 09:41


일본은 작년 4월 초진을 포함해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작년 9월30일부터는 약국도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일본이 원격의료를 도입한 과정은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제도의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걸 환영할 사람은 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의료진과 병원이 사라진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10년 이상의 검증을 거치면서 의사들의 반대를 줄여나갔다. 가토 타쿠미 모네테크놀로지 실장에 따르면 일본의사회의 가장 큰 우려는 아마존케어(작년말 철수)나 텔레닥처럼 미국식 원격의료가 도입되는 것이었다. 도쿄 대형 병원 의사가 고토열도의 환자들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일본은 날선 대립을 피하는 특유의 융합의 문화를 원격의료 도입에도 발휘했다. 일단 지역 의료기관이 지역환자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정착시켜 공급 측면(의료진)의 양극화를 최소화했다.

법적으로는 초진부터 가능하지만 원격의료 서비스 회사들도 '시작은 의료진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라'고 유도한다. 3회당 1회는 대면 진료를 받는 식이다. 광역 지자체마다 다른 의료 차트 및 진료기록 공유 시스템이 미국과 같이 전국망을 갖춘 거대 원격의료 서비스 회사의 출현을 막은 점도 있다.



어쨌든 좀 느리더라도 부작용을 줄이는 일본의 이런 '차근차근 접근법'은 붕괴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지역의료 서비스 문제에도 참고할 만하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대 낙도의료연구소장은 한국의 지역 공공의료원이 연봉을 3억~4억원씩 제시해도 의사를 못 구해서 난리라는 얘기를 듣고 "왜 지자체가 의사를 고용하려 애를 쓰느냐"며 의아해 했다.



마에다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나가사키의대 낙도의료연구소는 나가사키현과 고토시가 비용을 부담해서 2004년 나가사키의대에 낙도의료연구 강좌를 개설한 게 시작이었다. 현재는 나가사키의대 의료진 4명이 고토열도에 상주한다.

나가사키 의대생은 재학 기간 최소 2개월 이상 낙도의료연구소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낙도를 경험한 의대생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낙도의료연구소를 자원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마에다 교수는 설명했다.



의료연구의 측면에서 낙도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섬 사람들은 육지에 사는 사람에 비해 이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역학조사에 유리하다. 또 병이 돌았을 때 어떤 약을 쓰는게 효과적인지 즉각적인 확인도 가능하다. 나가사키의대와 고토시의 협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일본 정부는 가고시마 등 섬이 많은 다른 광역지자체에도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에다 교수는 "연구는 대학의 존재 이유인 만큼 지자체가 거액을 들여 의사를 고용하지 말고, 대학을 끌어들이라"고 조언했다.

나가사키 고토열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