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지금의 번화가인 강남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중국의 양쯔강 이남지방을 가리킨다. 자기는 하고 싶지 않으나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속담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로 쓰였으나 시골살이나 산골살이를 하기 위해 친구 따라가는 것도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심지어는 친한 친구 몇 이서 땅을 공동으로 구입하고, 함께 집을 짓고, 공동체 비슷하게 생활하는 경우를 본적도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벗을 사귀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친구는 학교 동창, 군대 동기, 또는 입사 동기가 대부분이다. 가장 오랫동안 만나는 벗은 역시 초중고 및 대학의 동창이다.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를 때 깨 벗고 놀던 친구들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귄 친구나 입사 동기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관계에 서기도 하고, 서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을 수 있어서 마음을 터놓기가 어렵다. 서로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고, 격의 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라면 시골살이의 적적함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친구가 다 시골살이의 동반자가 되기는 어렵다. 필자도 소싯적 혈기 왕성할 때 군대 동기 몇 명과 함께 ‘나중에 나이 들면 함께 5층짜리 집을 지어서 같이 살자’라는 약속을 했었지만, 그 약속은 공수표로 남겨져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가족관계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가끔 시골에 찾아와 곡주를 함께해 주는 좋은 친구로 만족한다. 대신 이 시골에서 늦게 사귄 같은 나이의 친구가 있어서 가끔 세상 사는 이야기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나이나 생활수준이 비슷하면 늦게라도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친구 중에 먼저 시골살이를 시작한 좋은 친구가 있다면, 곡주 한 병 사들고 방문을 해보라. 물론 안줏거리도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 도시에 사는 친구가 시골살이를 하는 친구 집을 찾아갈 때 ‘먹을거리’는 무조건 방문하는 사람 몫이다. 쌀, 고기, 술, 반찬 등등 모두 다.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도 하나 더 가지고 가면 더 좋다. 시골 친구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않은가. 거기다가 시골살이의 경험이라는 값진 조언을 들을 수 있으니 수업료 치고는 싸게 먹힌다.
필자는 10년 전쯤 넓은 토지 전체를 구입한 후 아는 친구와 후배에게 분양을 해준 경험이 있다. 아내의 성당 친구를 포함해서 모두 8명이 약 300평씩의 토지를 분양받아 5도 2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대부분 전원주택을 짓고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시골살이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히 내려온 친구는 없지만, 은퇴 후에는 2도 5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모든 일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인데, 가능하면 적게 겪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경험한 좋은 친구나 선배, 후배를 찾아 귀동냥을 하는 것은 어떨까. ‘논어’에 나오는 세 가지 괜찮은 친구는 정직한 사람(友直), 성실한 사람(友諒), 견문이 넓은 사람(友多聞)이다. 반대로 세 가지 해가 되는 친구는 편벽한 사람, 남의 비위만을 맞추는 사람, 말만 잘 둘러대고 실속이 없는 사람이다. 가능하면 유익한 벗과 함께 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오늘은 친구 따라 시골 가는 날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