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세 번째 메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시간 개편, 노조 회계 투명화 조치에 이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다. 하지만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노동개혁 추진 계획’과 달리 정치권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잰걸음을 하고 있어 자칫 정책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을(乙)들의 전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1989년 법 개정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 직후부터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도 영세 사업주의 형편이 어렵고 영세 사업장 특성상 5인 기준을 수시로 넘나드는 데다, 이를 감독할 행정 능력에 한계가 있어 손을 대지 못한 이슈다. 헌법재판소도 1999년 같은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에 대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당정 간 엇박자다. 고용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 이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으로 소상공인 폐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기본적인 인격과 관련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비용 부담이 작으면서 법 준수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적용을 점차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법 적용) 유예기간 부여 등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사용자의 비용 부담과 관련이 적은 부분부터 적용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규정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가 하루 8시간 넘게 근로하면 연장·야간근로에 대해 50% 수당을 더해 지급하고, 휴일에 8시간을 넘는 초과근로는 통상임금의 두 배를 줘야 하는 규정이다. 가산수당이 늘면 그만큼 퇴직금 부담은 커진다. 여당은 사업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세제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 역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런 당정 간 엇박자 배경에는 총선이 있다.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수는 313만8284명이다. 무시 못 할 숫자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체 수 또한 123만9760개에 달한다. 정치 셈법으로는 314만 표가 중요하겠지만, 자칫 수백만 약자들이 거대한 싸움판을 벌이게 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8~2019년 취약근로자 소득을 높이겠다며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30% 올리면서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이 성행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양산했고 그도 모자라 직원을 다 내보낸 ‘나 홀로 자영업자’가 급증했다.
현 정부가 치밀한 전략 없이 추진한 노동개혁은 현재 지뢰밭을 걷고 있다. ‘주 69시간 프레임’에 빠져 표류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정교한 전략 없이 단순한 표 계산에 따른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제2의 주 69시간 논란’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