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연구개발(R&D) 투자금은 한 해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넘습니다. 다른 제약사는 잘 투자하지 않는 방사성 의약품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 신약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8일 찾은 미국 보스턴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NIBR). 이곳에서 만난 에반젤리스타 얼리샤 노바티스 과학협력부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노바티스는 세계 첫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와 신경내분비암 방사성 의약품 루타테라 등으로 유명한 스위스 제약사다. 2002년 문을 연 NIBR은 노바티스의 성장엔진으로 불린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초기 신약 후보군을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보스턴 NIBR은 스위스 중국 등 5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NIBR의 사령탑이다. 전체 NIBR 인력 5600명 중 2500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NIBR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150여 개에 이른다. 얼리샤는 “노바티스는 지난해 매출 505억달러의 20%가량을 R&D 예산으로 쓰고 있다”며 “이 중 26억달러가 초기 연구에, 나머지가 후기 임상연구에 투입된다”고 했다.
노바티스의 주력 플랫폼은 방사성 의약품,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표적단백질 분해제 등이다. 혈액암과 고형암, 면역질환, 신경계 및 심혈관 질환 등 다섯 가지 치료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CAR-T 치료제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T-차지 플랫폼 연구를 맡은 임형욱 CGT분야 부책임자는 “T세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세포를 농축하는지가 핵심 기술”이라며 “고형암을 치료하기 위한 CAR-T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혈액암에만 듣는 CAR-T세포 치료제의 활용 범위를 고형암으로 늘리는 것은 세계 제약사들의 숙제 중 하나다.
NIBR 곳곳엔 환자 사진이 걸려 있다. 환자를 생각하면서 혁신 동력을 이어가자는 의미다. 물질 발굴 단계의 초기 신약 물질이 제품으로 탄생할 확률은 1% 정도다. 업계에서 이를 ‘죽음의 계곡’으로 부른다. NIBR이 ‘실패해도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다.
보스턴=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