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국가를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의 대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대응은 늘 이뤄졌으나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은 과거 대응 방식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과거의 국부적, 순차적, 진화적 변화는 체제를 유지한 채 개별적으로 대응해도 됐지만, 요즘 같은 총체적, 동시다발적, 혁명적 변화는 새로운 체제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상은 초변화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가는 수십 년 된 시스템, 조직, 프로세스, 법·제도로 운영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환경과 상황이 전혀 다른데 과거 정부가 잘했느니 현 정부가 잘하느니 하는 정치적 논쟁도 무의미하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맞게 민관, 여야가 합심해 국가 전략의 새로운 판을 짤 때인 것이다.
국가 전략 수립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획 개념이 주도했지만 이제 설계 또는 디자인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기획이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하는 귀납적 상향식(bottom-up) 방식이라면, 디자인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과 역량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제로베이스에서 설계하는 연역적 하향식(top-down) 방식에 가깝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국가 전략은 기획 방식으로는 대처가 어렵고 디자인 방식이 효과적이다.
미래 국가 명운이 달린 디지털·그린·문명의 3대 대전환도 국가 전략의 디자인, 즉 새 판 짜기의 중요한 방향이다. 디지털, 그린, 문명 대전환은 개별적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린 대전환의 핵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이 좋은 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미래를 좌우할 탄소중립 목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거의 10분의 1로 줄여야 달성이 가능한데 현 체제와 방식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주요 탄소 배출원인 발전, 제조, 교통·운송, 냉난방, 농축산 등이 상호 연계돼 있어 총체적으로 전략을 디자인해도 쉽지 않은 목표인데 현실은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전기차를 늘리면 교통·운송 분야는 해결되는 반면에 발전, 배터리 제조 분야 등에서의 탄소 배출 부담이 커진다. 분야별로 개별적이 아니라 총체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인 반도체 전략도 마찬가지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 부문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만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패권 경쟁의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부문만으로 대응이 어렵다. 정보통신, 자동차, 바이오, 우주항공 등 다양한 시스템 부문이 함께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민간 혼자는 어렵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나 현재는 분야별로 담당 부처가 달라 효과적인 총체적 해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최근 정부 조직을 현재의 기능 중심에서 탄소중립과 같은 미션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 이유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미션은 정부와 기업, 정부 부처, 정부와 국회, 여야가 총체적으로 전략을 디자인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미션을 중심으로 한 융합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이를 위한 새 판 짜기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