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임금체계까지 바꾸려는 움직임이 잇따를 겁니다.”
양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업 임금체계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양 변호사는 “성별, 나이에 이어 고용 형태도 차별 금지 범위에 들어가면 비정규직을 고용해 온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대폭 커질 것”이라며 “정규직 또한 직급은 같은데 근속연수가 다를 경우 누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지 등을 두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판사 출신인 양 변호사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17여년간 법관 생활을 하다가 지난 3월 화우에 합류했다. 법원에서의 마지막 3년을 서울고법 노동전담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노동분야 전문가로 존재감을 높였다.
양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무효,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원청 교섭권 인정, 하청 근로자의 파견 지위 인정 등 최근 굵직한 노동사건에서 근로자 측이 승소한 사례가 잇따르는 데 주목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이 중요 쟁점으로 꼽힌 소송에서 다소 밀리면서 부담을 안게 됐다”며 “대형 로펌들이 노동 전문가 영입 경쟁에 사활을 건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론 임금 범위를 둘러싼 소송 결과가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기업의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소송이 대표적이다. 2018년 대법원이 공공기관의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판결을 내놓은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여러 대기업이 근로자들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직 중인 근로자만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소송 결과 또한 주목해야 할 사건으로 꼽았다. 양 변호사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같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종결되나 싶었지만 몇 년 전부터 이와 반대되는 판결이 하급심에서 나오고 있다”며 “대법원이 10년 전 판결을 뒤집는다면 기업들은 근로자 수당 증액 문제로 고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