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이 집중하는 두 가지 기술 [긱스]

입력 2023-06-11 10:00
수정 2023-06-11 14:3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례적으로 월드코인 공동 창립자로서 대담 행사에 등장했습니다. 평소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해온 그였기에 업계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환호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올트먼 CEO가 생각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에 기술의 역할을 '월드코인 밋업 서울' 대담 내용을 통해 자세하게 전합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월드코인 공동설립자로서 대중 앞에 나섰다. 월드코인은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맞아 수십억명을 연결하는 거대 경제 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올트먼 CEO는 "AGI 시대에 우리 사회는 진짜 사람과 AI를 구분하고 AI가 제공하는 혜택을 분배하는 문제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그때 월드코인이 작동한다면 인류를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월드코인 밋업 서울'에서 알렉스 블라니아 월드코인 CEO, 손재권 더밀크 대표와 대담 행사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AGI는 인간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학습·창작할 수 있는 정도의 AI를 의미한다. 올트먼 CEO와 블라니아 CEO는 2019년 비영리 목적의 월드코인 재단과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위한 기술기업 '툴즈 포 휴매니티'를 공동 설립했다.

블라니아 CEO는 “온라인에서 진짜 인간과 AI를 구분하기 위한 홍채인식 장치 ‘오브’ 개발에 공을 들였다”며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월드 ID를 발급해 월드코인(WLD)을 배포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절반이 넘는 세계 인구가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홍채인식만으로 등록 가능한 월드 ID를 개발한 것이다. 월드코인은 모든 개발자가 월드 ID를 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를 공개했다. 여러 서비스에 본인인증을 위한 프로토콜을 제공해 가능한 빨리 거대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홍채인식 장치인 '오브'가 지난달 8일 전세계 29개국에 출시된 이후 한달여 만에 184만명이 월드 ID를 발급받았다. 월드 ID를 부여받은 사람들에겐 월드 코인을 준다. 상반기 중 월드 코인이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향후 AGI 시대 사람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월드 코인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AGI 시대에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받으며 일하지 않게 될까. 올트먼 CEO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는 "미래 일자리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사람들이 미래에도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AI 기술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트먼 CEO가 인류 발전을 위해 가장 몰두하는 부분은 AI와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삶의 질과 경제성장을 제한하는 두 가지를 꼽는다면 AI와 에너지 비용"이라며 "이 두 가지 비용을 끌어내릴 수 있다면 인류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에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위한 기술기업 '툴즈 포 휴매니티'는 지난달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억1500만달러(1487억원)를 조달하면서 약 30억달러(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투자자로는 안데르센 호로비츠(a16z)를 비롯해 코슬라벤처스, 코인베이스벤처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이 있으며, 국내에선 해시드가 2021년에 초기 투자했다.

아래는 월드코인 밋업의 주요 문답 내용이다.



Q. 4주간 월드투어하면서 무엇을 배웠나.
샘 올트먼(이하 샘)= AI에 대한 기대감과 AGI 수준이 생각보다 더 진전됐다. 전 세계 리더들이 AGI 안전성을 강조했다. 어제오늘 한국에서 AI에 대한 낙관적인 모습과 에너지를 느꼈다.

Q. 월드코인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알렉스 블라니아(이하 알렉스)=3년 전 샘과 함께 AI가 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또 크립토가 몇 년 째 스케일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보다 AG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네트워크를 보다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수십억명을 연결하는 경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Q. AGI 시대에 월드코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샘=AGI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에 사회는 AGI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과 그것이 제공하는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과 기계가 생성하는 작업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와 같은 큰 질문을 안고 있다. 우리는 이런 질문에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AGI 시스템이 우리 삶에 통합되면서 사회적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할 것이다. 월드코인과 같은 것이 작동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인류를 위한 꽤 흥미로운 새로운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월드앱, 월드코인, 월드ID의 관계는.
알렉스=어떻게 하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ID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면 모든 사람이 다 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정부의 ID 시스템은 수십억명이 소외될 것이기 때문에 의지할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주력한 게 ID를 배포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 디바이스 '오브'를 만드는 것이었다. 월드 ID를 먼저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정말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만 증명하는 ID가 있으면 월드 코인을 소유할 수 있다. 월드 코인, 월드 ID,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월드앱 지갑을 전 세계적으로 빨리 전개하려고 하고 있다.

Q. AI 시대 월드 ID가 여권처럼 사용될까.
알렉스=월드 ID는 구글 로그인 등 온라인에서 여러 가지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개인 정보는 없기 때문에 여권이 정확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Q. POP(Proof of Personhood)라는 개념은 뭔가.
알렉스=비탈리크 부테린이 몇 년 전에 처음 얘기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어떻게 여러분이 사람인가를 증명하자는 것이다. 홍채인식 기반 월드 ID도 이 개념에서 시작했다.

Q. AGI의 도래와 월드코인은 어떤 연관이 있나.
샘=상당히 개별적 아이디어지만 AGI가 바로 오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이 있다. AGI 시스템이 전 세계 기본소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제적 진전이 상당히 있었다.

Q. 기본소득과 월드코인은 어떤 관계인가.
알렉스=정치적으로도 얘기가 많이 되는데 잘못된 부분 많다. AI 기술로 경제적 가치가 생성되고 있지만, 이는 중앙화돼 있으며 재분배가 어렵다. 기본소득은 실현 되고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향후 수십년간 AI 시스템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Q. 월드코인이 성공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알렉스=일단 모두가 월드코인을 갖고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네트워크를 최대한 빠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출시하는 게 목표다. 초기 이용자들을 정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활성 사용자가 1억명이 넘어가면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크립토가 실제 경제적인 거래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데, 월드코인은 훨씬 훨씬 더 큰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Q. 오브는 신원인증(KYC)을 위해 왜 홍채인식 방법을 선택했는가.
알렉스=생체지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암호학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영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라는 새로운 유형의 암호화를 사용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했다. 지문, 페이스ID 등도 있지만, 안구를 활용한 홍채인식은 사람임을 확인할 뿐 나머지 개인정보를 못 가져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선택했다. 홍채 정보 코드만 존재할 뿐 홍채 이미지는 폐기된다.


Q. 우리 홍채 정보를 다른 데 팔지 않을 것이란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알렉스=데이터를 파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며 그럴 이유도 없다. 모든 게 오픈소스로 공개되기 때문에 믿으셔도 된다. 하드웨어는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됐으며 프로토콜도 두어 달 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크립토 자체도 오픈소스로 가져가는 게 원칙이다.

Q. 한국의 AI 및 블록체인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알렉스=처음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이 굉장히 기술 강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샘=한국은 기술적으로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강국으로 중요한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Q. AGI로 노동구조가 변화하면, 사회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샘=인간은 창의성과 능력으로 무언가에 기여할 것이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새로운 지위를 얻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 것들이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일자리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사람들이 미래에도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그 예측이 완전히 잘못될 수도 있다.
1996년 딥블루 AI가 가리 카스파로프를 체스 게임에서 이겼을 때 사람들은 '체스는 끝났다'고 말했지만, 오늘닐 더 많은 사람들이 체스 경기를 시청하잖나. 오히려 AI가 하는 체스경기를 보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관심이 있다. 또 다른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고 있다.
만약 노동시장에 변화가 있더라도 사회는 기술을 활용해서 쉽게 적응할 것이다. 다만 이번 기술혁명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국가마다 중점을 두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Q. 기본소득이 어떻게 사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샘=기본소득이 있으면 생산성이 많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유연성을 주고 스트레스를 덜 준다면, 생산성이 향상할 것이라는 수많은 연구가 있다.

Q. 생체지표 역시 AI가 만들면서 악용될 가능성은 없나.
알렉스=오브 디바이스 개발이 복잡했던 이유도, 검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수백만 명이 사용해 작동 중이며, 장치 내 여러 센서가 실제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누군가 홍채 정보를 훔치더라도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체정보와 연결할 수 없다. 익명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영 지식을 활용해 홍채 관련 생체정보를 누구도 훔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Q. 지금까지 여러 코인이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월드코인은 다를까.
알렉스=그건 전반적인 가상화폐 문제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뭔가를 만들어 가능한 많은 이용자에게 배포한 다음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기다려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답을 못 찾았고 앞으로도 당분간 힘들겠지만 말이다.

Q. AI로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기본소득 재원은 어디에서 올까.
샘=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명확하지 않다. AI 기술로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일자리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지 더 많은 사람이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의 생산성이 두세배 높아지고 더 많은 양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AI가 내 팀원으로 일한다면, 다양한 일을 더 할 수 있다. 모든 기술혁명이 그랬듯 과거엔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기본소득 재원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본다.

Q.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샘=이 업계도 부침이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믿는 것은 같다. 첫째, 블록체인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기술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를 통해 더 나은 금융체계를 만든다면 전 세계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기회와 가치를 생성하게 될 것이다. 아직 도전 과제도 많고 잘못된 프로젝트도 많았다. 규제적 관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AI로 해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아직 블록체인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현된 것을 자주 보지 못했을 뿐이다.

Q. 월드코인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알렉스=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규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나쁜 일들이 일어났던 만큼 명확한 규제가 중요할 것 같다.
샘=세상은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는 다소 정체되어 있었다. 지난 4주간 월드투어 하며 느낀 것은, 우리에겐 더 나은 삶의 질, 더 나은 기술, 더 저렴한 필수품, 더 높은 질의 교육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이야말로 이런 사회적 제도와 기술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Q. 지금까지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
샘=시간이 지날수록 쉬워진다. 매번 끔찍하게 잘못되면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음번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연습처럼, 도전과 좌절이 더 커지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든 감정적인 무게는 덜해진다.

Q. 소프트웨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인데, 벤처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샘=순수 소프트웨어에서 성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답은 우리가 계속해서 훌륭한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방식으로 말이죠. 미래에 상황이 그렇게 생각만큼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기술의 가치에 대해 너무 많이 얘기하는데 실제 사업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Q. 헬리오에너지에는 왜 투자했나.
샘= 핵융합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엄청나게 싸게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규모로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산성, 경제성장, 삶의 질을 제한하는 두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AI와 에너지의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비용을 끌어내릴 수 있다면 인류에 엄청난 발전일 것이다.

Q. AI 시대를 살아갈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해달라.
샘= AI는 인터넷 시대 이후 가장 위대한 기술 붐이다. 모든 젊은 세대가 이 시기에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알렉스=나 역시 젊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도 늘 기술을 배우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물리학과 수학을 수년간 복합적으로 공부하면 사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기술적인 붐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능력을 키우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