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9일 14: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장기간 지속된 업황 불황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효성화학, LG화학, 여천NCC 등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효성화학의 신용도가 A-급까지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 저하와 재무 부담 확대가 신용도 하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베트남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탓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으로 총 33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차입금은 2018년 903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5204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3월 말 기준 9940.6%에 달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경기 둔화 등으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천NCC도 업황 부진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여천NCC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현물출자방식으로 설립한 석유화학업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신용등급 전망이 'AA+(긍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내렸다.
석유화학업계의 신용도가 흔들리는 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회복 속도가 시장 예측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기업 신용도 하락이 자금조달 난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조달해야 한다.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가 위축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효성화학은 지난 1월 열린 12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액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오는 9월 6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여천NCC도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장기 업황 부진을 우려한 기관투자가가 석유화학업계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