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활발해질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시장 개화를 앞두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S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비정형자산에 대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관련 서비스가 나올 전망이다.
8일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주요 증권사들은 ST 사업을 테스트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ST를 활용하면 거의 동일한 금융투자상품을 가지고 수수료 경쟁을 하는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나증권은 올 하반기에 디지털 전환(DX) 서비스 기업 아이티센과 함께 ST 플랫폼을 내놓는 게 목표다.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실물 금속 원자재를 기반으로 ST를 발행해 유통한다. 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본부장은 “1000원 단위로 금속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안정형 ST 상품을 우선 출시한 뒤 콘텐츠·IP 관련 ST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 수단 이외에 가상자산 등 새로운 비금융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ST는 이 같은 신규 투자 수요를 잡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ST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ST 협의체인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출범했다. 이 협의체에서 ST 분산원장 메인넷을 마련한 뒤 파트너 기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수석팀장은 “한투는 투자은행(IB),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ST 투자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도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조성된 고급주거시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1개실을 공모상품 1호로 출시했다.
전우종 SK증권 대표는 “ST는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이나 브랜드 등 각종 무형자산까지 금융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ST 도입이 확산되면 디지털 기업금융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상품 폭을 넓히기 위해 제휴에도 힘쓰고 있다. SK증권은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개발사 파이브노드 등과 ST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문화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과 제휴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