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소형 냉방가전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에 따른 가계 소비여력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방방냉방'(방마다 냉방 가전을 설치하는 경향) 트렌드가 이어져 창문형 에어컨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8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가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소형 냉방 가전인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식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형 냉방 가전인 멀티형 에어컨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소형 냉방 가전의 인기는 꾸준한 흐름이다. 일례로 TV홈쇼핑 GS샵에서는 창문형 에어컨이 냉방 가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2.5%에서 지난해 40%까지 확대됐다.
소형 가전 인기의 배경으로는 40%를 넘어선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꼽힌다. 창문형·이동식 에어컨은 일반 에어컨보다 상대적으로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고 전기료가 덜 들어 1인 가구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21년 주민등록 가구 중 40.3%(946만1695가구)를 기록해 처음으로 40%선을 넘어섰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방마다 냉방 가전을 비치하는 '방방냉방' 유행이 확산한 점도 소형 냉방 가전 인기에 불을 붙였다.
창문형 에어컨이 가전업계 히트 제품이 되면서 대기업도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2021년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재진출했고, LG전자도 철수 10년 만인 지난해 제품을 내놨다.
홈쇼핑에서는 방방냉방 유행이 이어지면서 한 번에 여러개의 냉방 가전 제품을 구입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GS샵 관계자는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판매 방송에서는 단품보다 2개 구성을 선택하는 고객이 60%로 단품 구매 고객보다 비중이 높다. 이 같은 경향에 비춰 방방냉방 트렌드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된 점 역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소형 냉방 가전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올해 3월부터 이른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금액대가 높은 대형 냉방 가전 대신 비용 부담이 적은 소형 냉방 가전을 구매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고효율 에어컨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과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에서 거래 된 에어컨 중 고효율 가전제품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5월보다 급증했다. 고효율 가전제품에 해당하는 1~3등급 에어컨(스탠드·멀티형)의 판매량 비중은 89%로 28%포인트 뛰었다. 가장 고효율인 1등급 에어컨의 비중은 33%를 기록해 9%포인트 상승했다.
다나와 관계자는 "전기요금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올해 출시 된 신제품이 대부분 고효율 기준을 충족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