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속 상장한 나라셀라가 상장 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1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국내 와인 유통기업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나라셀라는 상장 당일 시초가 대비 10.26% 급락 마감했다. 시초가(1만9500원)는 공모가(2만원)보다 아래에 형성됐다.
상장 준비 초기부터 불거졌던 몸값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탓일까. 이후에도 하락세를 그리다 전날 소폭 반등했다. 주가는 공모가 대비 13% 밑돌고 있다. 올 상반기 상장한 중소형 공모주가 대체로 상승 랠리를 보인 가운데 상대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나라셀라는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비교기업 선정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일었다. 비교기업으로 꼽은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는 주류 사업이 핵심이며, 와인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각각 3.6%(2022년 3분기 기준), 1.9%에 불과할 정도로 크지 않다.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도 마찬가지다. 와인 사업 비중은 9%도 채 되지 않는다. 국내 증시 대비 밸류에이션이 높은 해외 기업을 추가하면서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이 높아진 점도 문제가 됐다.
지난 3월 23일 증권신고서 첫 제출 후 4번이나 신고서를 정정한 이유다. 회사는 비교기업을 싹 다 바꾸고, 기업 수를 당초 9개에서 3개로 줄이면서 적용 PER을 낮췄다. 할인율도 높였다. 이 과정에서 공모희망밴드는 당초 2만2000~2만6000원에서 2만~2만4000원으로 7~9%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78 대 1이란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가 밴드 하단인 2만원에 확정됐다. 일반 청약에서도 최종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증권가 일각에선 나라셀라의 최근 부진은 유통업종에 시장의 관심이 덜 쏠린 영향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같은 유통주이자 전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마녀공장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한 뒤 상한가)'을 달성했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유통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마녀공장은 자사 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고, 나라셀라는 타 업체의 제품을 단순히 수입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두 업체는 유통업체이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갓 상장한 업체의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건 결국 비싸게 상장했냐, 싸게 상장했냐의 차이"라며 "시장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현재의 주가 약세가 지속되진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을 이어온 국내 와인 시장은 최근 연이은 고성장에 따른 기저 부담으로 2023년 성장률은 주춤하겠으나 와인 소비가 대중화되며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기존 전통 와인 수입사 중심에서 신세계, 롯데 등의 대형 유통사의 와인 시장 합류가 이어지고 있어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와인 수입, 유통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반 수입 사업과 달리 양질의 브랜드 확보를 위해서는 와이너리와의 관계가 중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사들의 입지는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10년 이상 장기거래 와이너리 비율이 38%에 달하며, 칠레 몬테스 포함 총 10개 브랜드의 22개 제품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한유건 KB증권 연구원은 "와인 전문 수입업체의 상장만으로 상징성이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해서 좋지 않은 종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나라셀라의 연결 매출은 1072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1.3% 증가, 영업이익은 7%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대신증권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기준 올해는 매출 1234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5%, 1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