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에서 화웨이 등 안보 위험이 있는 기업의 통신 장비를 회원국이 사용하지 못하게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민감한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감시 장비를 철거하기로 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일부 회원국이 여전히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5G 통신망에서 이 기업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1월 회원국들에 5G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안보 위험이 있는 공급자에 대해선 핵심 부품 공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놨다. 당시 EU 집행위가 화웨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화웨이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EU 국가 중 5G 인프라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나라는 덴마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으로 아직 많지 않다.
안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일 역내 통신 장관회의에서 "회원국의 3분의 1만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며 "이건 너무 적은 수로, 연합 전체의 안보를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다음 주 회원국 전체의 권고안 이행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FT 보도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권고안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화웨이의 안보 위험을 말하면서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유죄 추정으로, 눈을 뜨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는 유럽에서 수년간 활동하며 유럽 국가들의 안보를 해친 적이 없다"며 "유럽의 정보통신 분야 발전을 촉진해 상당한 경제·사회적 효과를 이룩했다"고 주장했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민감한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감시 장비를 철거하기로 하는 등 더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발표한 조달 규정 강화안에서 "우리는 중국 국가정보법의 적용받는 기업에서 생산된 감시 장비를 민감한 중앙정부 시설에서 제거하는 일정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 정부는 어느 기업의 감시 장비가 문제인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테크놀로지 등 업체가 만든 폐쇄회로TV(CCTV)가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이미 5G 네트워크에서 이미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으며, 올해 3월엔 정부 소유 전화기에서 틱톡 사용을 막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