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중소은행 추가 합병될 수도…상업용 부동산 시장 '복병'"

입력 2023-06-08 07:21
수정 2023-06-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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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지난 3월 은행 위기 때와 같은 소규모 은행들의 합병이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옐런 장관은 7일(현지시간) CNBC 방송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소규모 은행들이 (추가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은행들에선 이미 합병의 동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가 실제 진전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로 인해 금융 시스템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는 있겠지만, 일부 은행들이 처해 있는 수익 관련 압박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시작으로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은행의 줄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사태로 기록됐다. 이들 은행은 각각 퍼스트시티즌스뱅크셰어즈, 뉴욕커뮤니티뱅코프, JP모간체이스 등 대형 은행에 인수됐다.

옐런 장관은 대형 은행들이 겪은 ‘스트레스 테스트(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과 안전성을 측정해보는 것)’가 “그들이 어떠한 혼란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금융 시스템 내 자본과 유동성 수준은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판단한다”며 “이와 관련된 고통이 있더라도 은행들은 그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옐런 장관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격 근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고, 고금리 환경에선 더욱 그렇다”며 “앞으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포함한 어려움에 폭넓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약 20조7000억달러(약 2경70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소속 연구원들은 은행들이 이 중 61%를 소유하고 있다고 봤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있었던 2019~2022년 미 전역에서 상업용 사무실의 가치는 5063억달러가량 쪼그라들었다.

다만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옐런 장관은 “소비지출이 강력한 가운데 4% 수준의 실업률(5월 기준)이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은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 첫 자리 수가 4로 시작되면 노동 시장이 매우 강력하다는 의미”라며 “분명히, 미국인들의 취업 전망은 밝으며 그들은 빠르게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과 관련해선 “Fed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데 합의한 것에 대해 옐런 장관은 “미국인들에겐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금융위기를 동반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대해선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은 “미 감독 당국은 암호화폐로부터 미국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감시 체계에 구멍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적절한 추가 규제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의회와 협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규정 위반으로 제소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