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기 없는 매서운 눈'…동창들도 못 알아본 정유정 졸업사진

입력 2023-06-08 07:30
수정 2023-06-08 09:19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과 교류하지 않고 지냈다는 고교 동창들의 전언이 알려졌다.고교 동창들 "커튼 뒤에 숨던 정유정…존재감 없었다"7일 MBN에 따르면 정유정의 고교 동창들은 정유정에 대해 "잘 어울리지 않고 조용한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동창 A씨는 "진짜 말 없고 혼자 다니고 반에서 존재감 없는 애였다"며 "그 당시 친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동창 B씨는 "인사를 해도 인사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친구였다"며 "얘기를 잘 안 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 했다"고 기억했다. 정유정은 동창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창 C씨는 교실에서 정유정의 모습에 대해 "커튼 뒤에 항상 가 있고 간식 먹을 때도 커튼 뒤에서 혼자 먹었던 애"라고 떠올렸다. 커튼 뒤에 숨는 행동에 대해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기 몸을 감추려고 하는 건데 상당히 큰 방어성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은둔형 외톨이' 정유정 신상공개 사진…동창들도 못 알아봤다
신상공개를 통해 알려진 정유정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고등학교 졸업사진도 이날 매체에 공개됐다. 안경을 쓴 증명사진은 신상 공개 사진과 비슷해 보이지만, 안경을 벗은 사진은 눈매가 다소 날카로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정의 고교 동창들은 신상 공개 사진이 알려진 뒤에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동창들의 전언처럼 정유정은 졸업 후에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은둔형 외톨이 상태가 범행의 배경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전문가들 역시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손수호 변호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유정은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지내면서 상상 속에서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안 좋게 진행될 경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3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그럼 다 살인범이 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본인 자신에게 훨씬 위험한 행위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범죄의 원인이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우나 100명이라면 1~2명 정도가 자신에게 발생한 사회적인 관계의 단절을 결국 문제 행동으로 폭발적으로 외연화하는 사람들이 정말 희귀하지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지수 28점…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아
경찰 등에 따르면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28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20개 문항으로 이뤄진 해당 검사는 사이코패스의 본성인 죄책감·후회·공감 부족, 냉담함, 충동성, 무책임성을 평가한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2005~2008년 장모, 아내 등 여성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을 저질러 2009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강호순(27점)을 넘어섰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과는 단 1점 차이다.

정유정의 신상은 지난 1일 부산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공개됐다.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중학생 딸의 과외를 해달라"며 피해자에게 접근해 지난달 26일 범행을 저질렀다. 앱을 통한 유대 관계 형성은 전혀 없었으며, 학부모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후 중고 거래를 통해 교복을 사 입고 피해자를 만났다.

범행은 피해자 집에서 이뤄졌다. 그는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휴대폰, 신분증, 지갑을 챙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유정의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지난 2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