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대형 제약사 머크(MSD)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오젠의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박람회 ‘바이오 USA’에서 “MSD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을 끌었다.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 대담 세션(Fireside Chat)에서 “IRA는 협상(negotiation)이 아닌 갈취(extortion)라는 MSD의 표현이 정확하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MSD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MSD는 이날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이 의약품에 대한 가격협상 권한을 갖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IRA는 의약품 가격 인하를 골자로 한다. CMS는 2026년부터 메디케어 ‘파트D’에 해당하는 의약품 10개에 대한 가격협상권을 갖는데 이는 2029년까지 60개로 증가할 예정이다. 2028년부터는 진료와 그 외 다른 외래 환자 의료 서비스가 포함된 ‘파트B’에 대해서도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
미국 MSD의 변호사들은 “IRA는 협상(negotiation)이 아니라 갈취(extortion)”라며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개발을 위해 지난 30년간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는데 IRA가 이런 투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비에바허 CEO는 바이오 USA 대담세션에서 “MSD가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개인적으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비에바허 CEO 대담세션은 바이오 컨벤션 센터 2층 수백석 규모 강연장에서 열렸는데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사회자가 “오늘 MSD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폭탄선언이 있었다”고 말하자 비에바허 CEO는 “제약·바이오업계가 (IRA로 인해) 겪은 폭탄에 비하면 아주 작은(tiny) 폭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비에바허 CEO는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갈취(extortion)라는 MSD의 표현이 정확(accurat)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비에바허 CEO는 바이오젠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보스턴=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