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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때 세계 시장의 절반을 석권했던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정부 주도로 반도체산업을 키울 것임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생산공장을 일본에 유치하는 동시에 자국산 최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산업의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수준에 손색없는 지원할 것”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를 열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산업, 데이터센터 등 네 개를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미래 성장 산업에 필수적이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경제 안전보장상 중요도가 높아진 물자들이다.
일본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자국 산업의 육성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선진국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 공급망을 이전하려는 상황에서 새 투자처로서 일본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네 개 전략 분야 가운데 일본 정부가 특히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분야가 반도체다.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투자를 늘리려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이들을 유치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기시다 총리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는 기시다 내각의 간판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세부 정책을 짜는 자문기구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첫 번째 실행계획은 가계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자산소득을 두 배 늘리는 것과 같은 소득 증대 정책이 주를 이뤘다.
첫 번째 실행계획을 개정한 이번 종합대책에는 정부 주도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를 새로운 자본주의의 중점 계획에 전진 배치한 것은 반도체의 안정적인 조달을 넘어 반도체산업 부활을 기시다 내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8년 세계 시장의 50.3%를 차지했던 일본 반도체 점유율은 2019년 10%로 떨어졌다. 2030년에는 반도체 점유율이 0%가 될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라피더스에 총 3300억엔 지원반도체산업의 부활을 위해 일본 정부는 자국산 반도체 개발과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의 양방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산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작년 8월 도요타자동차 등 대표 기업 8곳과 공동으로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총 3300억엔을 지원한다.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는 신규 투자 비용의 절반까지 지원한다. 구체적인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구마모토현에 1조2000억엔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본의 두 번째 신공장을 구마모토현에 건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히로시마현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최대 5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요코하마시에 연구개발(R&D)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