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7일 17: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소형 공모주의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적자인 바이오 기업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어서다. 일부 기업은 공모가를 절반 가까이 낮추고 자발적으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제시하는 등 흥행몰이에 나섰다. ○공모가 50% 낮춘 큐라티스, 일반청약 선방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결핵 백신 개발 기업 큐라티스는 5일과 7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약 1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 증거금은 2730억원이 유입됐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뒤 공모가를 희망 범위(6500~8000원) 하단 대비 약 38%, 상단 대비 50% 낮춘 4000원으로 제시해 그나마 청약 수요가 몰렸다는 평가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기업 프로테옴텍은 청약 첫날인 이날 경쟁률이 약 2.5대 1에 그쳤다. 이 회사 역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뒤 최종 공모가를 희망 가격(5400~6600원) 하단보다 16.7% 낮은 4500원을 결정했다.
프로테옴텍이 최초에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7500원~9000원이었다. 정정 신고서를 통해 희망가격을 6700원~8200원으로 한 차례 낮췄지만, 시장에선 공모가가 높다고 판단했다.
두 기업 모두 적자 바이오 기업인데다 '오버행'(대규모 매물 출회 가능성) 이슈가 있다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큐라티스는 작년 영업손실 215억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 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로테옴텍은 작년 영업이익 7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1분기에 다시 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 직후 유통물량도 많다. 큐라티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42.8%, 프로테옴텍은 50.4%에 달한다.
증권가는 앞서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것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4일 상장한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이날 공모가(1만8000원) 대비 약 33% 낮은 1만1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자발적 풋백옵션 제시바이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제시하는 등 증시 입성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3~14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 후 6개월간 풋백옵션(환매 청구권) 제시했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공모주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의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팔수 있는 권리다.
풋백옵션은 이익미실현 특례와 성장성 특례 등을 활용할 때 의무적으로 부여된다. 당장 실적이 부진한 기업이 성장성을 내세워 상장하는 경우에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기술 특례 상장 기업으로 풋백옵션이 의무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결정했다.
일반청약 성적이 저조할 것을 우려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매년 약 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장 이후 유통 가능 물량도 상장예정주식수의 33.8%로 많은 편이다. 여기에 상장 1개월 뒤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 33.2%가 추가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상장 한 달 만에 상장주식 수의 약 68%가 풀리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하는 바이오기업들은 공모주식 수보다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과 전환 물량이 더 많아 상장 후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며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기존 투자자의 매물이 쏟아져 공모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