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태계 경쟁 역학 구도로 보는 미래 배터리 산업 [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3-06-07 11:07
이 기사는 06월 07일 11: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산업계 전반에 이슈가 되면서 전기차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핵심 산업일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발전 트렌드인 전동화, 무선화 달성 수단으로 다양한 산업에 활용도가 높아 주요 국가와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생태계는 원자재를 확보하는 업스트림으로 시작하여 원자재 제련과 배터리 핵심소재 및 셀 제조 단계의 미드스트림, 배터리 셀을 최종재에 맞게 모듈화하여 배터리 팩으로 제조하는 다운스트림, 마지막으로 폐배터리를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는 폐기 단계로 구성된다. 원자재 확보부터 배터리 폐기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들은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활발하게 경쟁 및 협업 구도를 만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배터리 산업의 발전 방향성을 예측하기 위해 배터리 생태계 내 주요 기업들의 경쟁 역학 구도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 원자재 확보 단계에서는 배터리 광물 확보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배터리 광물을 주력으로 채굴하는 알버말, SQM 등의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광산업을 영위해 온 앵글로아메리칸, 리오틴토 등의 기업도 배터리 핵심 광물 채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련 단계에서는 광물을 채취, 채굴해서 제련까지 하는 기업과 제련 기술에 특화된 기업 간의 경쟁이 두드러진다. 황산니켈의 경우, 니켈 채굴부터 황산니켈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진촨 그룹, 노릴스크 니켈, 스미토모메탈마이닝 등의 기업과 니켈 중간제품을 제련하는데 특화된거린메이, 켐코, 유미코아 등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 제조 단계의 경우,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동일한 핵심소재를 다수의 소재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소재 제조사 간 경쟁이 활발하다. 동시에 밸류체인을 기준으로 배터리 핵심소재 제조 단계의 전·후방 기업과 협업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일례로 배터리 소재 기업인 LG화학은 배터리 원료인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켐코(고려아연 자회사)와 합작하여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배터리 셀 시장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성장이 돋보인다. 배터리 셀 제조 상위 10대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6년 7.2%에 그쳤으나 2022년 26.5%를 기록하며 과거 대비 약진한 반면 일본은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다. 중국은 BYD, CATL 외에도 2022년 EVE에너지 등 신규 배터리 기업이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배터리 셀 시장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배터리 셀 제조사는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있다. 배터리 셀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락인효과(Lock-in)도 노리는 셈이다. 잠재적으로 셀 제조사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테슬라는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일관 생산이 가능한 기가텍사스를 구축하고 배터리 원재료 조달에도 뛰어들면서 배터리 제조 역량 내재화에 도전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단계에서는 확보할 수 있는 폐배터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폐배터리 선점을 위한 재활용 전문기업 간의 경쟁이 활발하다. 또한 성일하이텍과 SK이노베이션의 합작법인 설립과 같이 폐배터리로부터 희유금속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 간의 협업도 관찰된다.

배터리 생태계 경쟁 역학 구도를 토대로 미래 배터리 산업에서의 핵심 경쟁 영역을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업스트림 및 폐배터리 투자에 기반한 배터리 원료 확보 분야다. 최근 배터리 원료 공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인 가운데, 중국 외 신규 시장에서 배터리 광물을 확보하거나,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회수하는 시장에 진출하려는 수요가 점차 증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재활용 원료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환경 친화적인 순환 시스템의 구축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는 비단 희유금속을 추출하는 영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며 배터리 생산까지 연계하는 것이 필수다. 벨기에 기업인 유미코아는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여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고 이를 폭스바겐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 채널까지 확보하면서 기업 내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셋째, 배터리 구조 혁신 분야다. 배터리 셀 제조사와 완성차 기업 간 적극적인 협업은 전기차 시장의 성숙화를 이끌고 이는 전기차의 차별화로 귀결된다. 과거에는 성능을 통한 혁신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기존의 구조에서 ‘모듈’을 없애는 CTP(Cell to Pack)와 셀과 차체를 연결하는 CTC(Cell to Chassis, Cell to Car) 기술을 아우르는 배터리 구조에 대한 혁신으로 방점이 찍히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미래 배터리 산업의 핵심 경쟁 분야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시장에서 기업이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래 배터리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