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영은행의 예금 금리를 낮출 것을 명령했다. 달러화 거래 비중을 줄여 위안화로 대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산하 자율규제기구가 주요 국영 은행에 달러 예금 금리를 낮추라고 명령했다. 5만 달러 이상 달러를 중국 은행에 예치하면 연 4.3%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종전 상한선인 연 5.3%와 비교하면 100bp(1bp=0.01%포인트)가량 내린 셈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자율규제 기구가 위안화 가치를 지탱하고자 달러 예금 금리를 인하하는 수단을 동원한 건 이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규제 당국이 달러화 예금 금리를 낮춘 이유는 위안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달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처하겠다며 달러화 예금 잔고에 규제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달러화 예금 금리를 인하해서 중국 기업들의 달러화 보유 수요를 줄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수출 기업들이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치솟자 상당수 기업이 위안화 대신 달러화로 대금 결제를 치렀다. 투자 목적으로 달러 자산을 미리 축적해 놓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선물환에 대한 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올렸다. 외환 위험준비금은 중국 은행들이 선물환 거래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금액으로,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외환거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온갖 조치에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7위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 1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직후 고점에서 6% 이상 하락했다.
위안화는 올해 들어 가치가 가장 많이 축소한 아시아 통화가 됐다. 미·중 금리차 확대, 경제지표 부진, 외국인의 중국 주식·채권 매각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이뤄진 탓이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 차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도 급증했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국가가 발행한 국채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국채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화 수요도 폭증한 것이다.
한 위안화 트레이더는 로이터에 "국영 은행이 달러화 예금 금리를 낮추게 되면 캐리 트레이드하려는 투자자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를 근절하려는 중국 정부의 공식 대응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 5개국으로 이뤄진 BRICS가 탈(脫)달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달러의 효용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외환 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하며 헤지펀드 등도 달러에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위안화가 세계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인 걸 감안하면 위안화가 중국산 제품보다 덜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은 "위안화의 국제화는 제한적이며 당국이 자본시장을 통제하는 이상 더 확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