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수용체알파(folate receptor alpha, FRα)가 항암제 신약 개발에 있어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단위 기술거래가 일어나는 등 새로운 항암제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FRα는 세포 내 엽산수용체 중 하나다. 난소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과다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소암 외에도 자궁내막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상피 유래 악성종양에서 발현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FRα 표적 항암제 시장은 2022년 300만달러에서 2029년 9억21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연평균 126.7%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FRα 항암제 신약의 허가 및 임상개발 증가 등 때문이다.
FRα 항암제 개발의 선두는 미국 바이오기업인 이뮤노젠이다. 이 회사의 FRα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엘라히어는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작년 말 백금 기반 화학요법 저항성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다. 이뮤노젠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엘라히어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엘라히어의 객관적반응률(ORR)은 42.3%로 기존 화학요법의 15.9%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발표 후 박수갈채를 받았다.
엘라히어를 제외하고 현재 FDA 승인 임상 2상에 진입한 FRα 표적 약물은 1~2개에 불과하다.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은 앞서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FRα ADC 치료제 'MORAb-202'의 공동 개발을 위해 최대 31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MORAb-202는 난소암 및 폐암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수트로바이오파마와 바이오테라솔루션스가 FRα ADC의 1상에 진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FRα ADC의 전임상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국내에선 케이피에스의 미국 자회사 알곡바이오가 이데트렉세드로 FDA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알곡바이오는 보스턴사이언티픽의 자회사인 BTG인터내셔널로부터 이데트렉세드의 세계 권리를 인수했다. 이데트렉세드는 BTG의 공동개발 기관인 런던 암연구소(ICR)에서 백금계 저항성 난소암 환자 109명(평균연령 62세)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완료했다.
1상에서 최대허용용량(MTD)으로 투여받은 FRα 과다발현 환자 25명에 대해 객관적반응률(ORR) 36%를 기록했다. 백금계 저항성 난소암에서 ORR은 기존 화학요법이 10~15%에 불과해 승인 여부에 중요한 지표라고 알곡바이오 측은 전했다. 엘라히어의 1상 ORR이 27.4%였고, 심각한 부작용(안구독성, 혈구세포 감소 등)을 감안하면 이데트렉세드가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의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케이피에스 바이오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성철 알곡바이오 대표는 "FRα 표적치료제 후보물질 가운데 유일한 저분자화합물인 이데트렉세드의 부작용은 위장장애, 무력증, 관절통 등 경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다이 베네르지 ICR 약물개발부 부국장은 "이데트렉세드의 1상 결과에서 후기 단계에 ADC와 대적할 만한 약효를 확인했다"면서 "알곡바이오가 난소암을 포함한 FRα 과발현 암 환자를 위한 약을 개발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성철 대표는 2001년 삼양사 의약연구소 재직 당시 국내 최초의 항암제인 파클리탁셀 1호 제네릭(복제약) '제넥솔주'를 개발했다. 2002년부터 삼양사의 미국 의약연구소인 삼양리서치코퍼레이션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파클리탁셀 개량신약 '제넥솔-PM주'(2006년 유방암·폐암 치료제 허가)의 미국 및 한국 임상시험을 이끌었다. 2004년 삼양사에서 나온 그는 이듬해 미국에서 LSK바이오파트너스를 세우고 2007년부터 리보세라닙을 개발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