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사우디 '골프 전쟁' 끝냈다?…PGA·LIV 통합

입력 2023-06-07 05:23
수정 2023-07-07 00:02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을 받는 LIV골프가 6일(현지시간) 합병을 선언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하는 날 미국과 사우디의 골프 전쟁이 끝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PGA와 LIV, 유럽의 DP월드투어가 공동성명을 통해 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지난해 6월 PGA를 물리치고 남자 세계 프로골프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며 LIV골프를 세웠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필 미켈슨과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등 세계적인 남자 골프선수를 영입했다.

이에 PGA가 LIV골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PGA 투어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LIV골프는 소속 선수들과 PGA에 대응하는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PGA 등은 LIV골프 소속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골프투어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통합법인에 공동투자하되 지배 지분은 PGA가 보유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우디가 골프전쟁을 끝낸 날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에 도착해 사흘간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사우디의 최대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뒤에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은 중동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사우디는 앙숙관계였던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7년 만에 정상화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중동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냉랭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안정을 위해 양국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사우디는 지난 4일 또다시 감산을 선언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