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와 2차전지주를 두고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간 시각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모양새다. 개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팔고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2차전지주를 꾸준히 담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반도체주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1위, 개인은 팔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포스코홀딩스(4조6473억원 순매수)다. 에코프로(2조640억원), 에코프로비엠(1조181억원), 한화솔루션(4512억원), 포스코퓨처엠(371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다. LG화학(3283억원), SK이노베이션(2768억원) 등도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대금이 많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0조49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1조 5795억원)였다.
매도 상위 종목까지 보면 개인과 외국인들의 투자가 정반대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8조4597억원어치, SK하이닉스는 1조9048억원어치만큼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포스코홀딩스(4조530억원), 에코프로(1조2864억원), 포스코퓨처엠(3978억원) 등종목을 가장 많이 덜어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베팅’외국인은 최근 들어 국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한달 순매수 규모는 4조17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에 쏟아부은 순 매수금은 4조7450억원에 달한다. 국내 다른 종목은 팔더라도 반도체 상위 두 종목의비중은 늘렸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미리 관련 주식 ‘사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작년 이후 올 2분기까지 급락한 반도체 시장 규모가 하반기부터는 반등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174억 달러(약 22조8218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60%가량 쪼그라들 전망”이라며 “하지만 2분기부터 판매량 회복이 가격 하락 영향을 일부 상쇄하고, 3분기부터는 가격 하략률이 둔화되면서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세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작년 말 ‘챗GPT’ 공개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세도 반도체 종목엔 호재다. 생성형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반도체가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이중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이 50%인 1위 업체다. 뒤를 잇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0%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작년 기준 HBM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AI 확산에 따른 한국 반도체 기업 수혜는 충분히 가시적”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