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앞에 장사 없네"…中 공세에 입지 좁아진 'K-배터리'

입력 2023-06-05 10:45
수정 2023-06-05 10:56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EV·PHEV·HEV) 배터리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사용량을 집계한 결과 CATL이 시장 점유율 35.9%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CATL의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작년 42.1GWh(기가와트시)에서 55.6% 늘어난 65.6GWh로 집계됐다. 테슬라 모델 3, Y와 상하이자동차 뮬란, 광저우자동차 아이온 Y 등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2위를 차지한 BYD의 배터리 사용량은 29.4GWh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8.3% 급증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1.5%에서 올해 16.1%로 대폭 상승했다. SNE리서치 측은 "배터리 자체 공급 및 차량 제조 등 수직 통합적 SCM(공급망관리) 구축을 통한 가격 경쟁력 우위로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과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2%에 달한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체 3사의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올해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4%로 전년 동기 대비 2.8%포인트 감소했다.

점유율 3위로 집계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25.7GWh다. 작년과 비교하면 사용량은 49.3%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14.1%로 동일하게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모델 3, Y와 폭스바겐 ID. 3, 4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판매 호조로 국내 3사 중 올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해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순위는 5위, 삼성SDI는 7위로 집계됐다. SK온의 점유율은 5.2%, 삼성SDI는 4.1%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2.2%포인트,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현대 포터2일렉트릭, 포터 F-150 등에, 삼성SDI는 리비안 픽업트럭 R1T, R1S, BMW i4, i7, iX, 아우디 E-트론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올해 전기차 배터리 총사용량은 182.5GWh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올해는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을 대비해 중국 업체들의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진출이 전망된다"며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로 유럽 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비중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