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지난 4일 직위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 사태가 사회 혼란으로 번진 것 등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문책성 인사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복지부에 따르면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을 5일자로 대기발령하고 직위에서 면직하는 내용의 정부 인사발령이 전날 오후 8시께 내부 게시판에 공지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고 없던 인사였기 때문에 정확한 배경 등은 내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관리는 물론 비대면 진료 등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복지부 안팎에선 이번 인사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보건의료정책실장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데다 지난해 8월 임 실장이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인사발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당 등 정치권에선 간호법 제정안과 비대면 진료 논의 과정에서 보건의료계 혼란이 커졌지만 복지부가 이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해 질책성 인사가 이뤄졌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정치적 부담이 큰 거부권까지 행사한 만큼 정부부처에서도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초 복지부 장관이 책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연금 개혁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인사를 통해 복지부가 각종 개혁 안건에 속도를 높이도록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금과 사회서비스 개혁, 의대 정원 확대 등 각종 개혁안에 대해 복지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장관들에게 “새 국정 기조에 맞추지 못하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민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25년 의대 정원에 반영하도록 (의대 정원 확대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소극적 대응에 나섰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