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 50만명 시위 "탈공산주의 후 최대"

입력 2023-06-05 14:44
수정 2023-07-05 00:02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자유선거 34주년 기념일에 맞춰 약 50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종식된 후 최대 규모 정치 집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집회에 수 십만명이 참가해 정부에 항의하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했다. 바르샤바시는 집회 참가 인원을 약 50만명으로 추산했다.

집회에선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여당인 법과정의당이 내놓은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 법안 등 비민주적인 정책에 대한 항의가 주를 이뤘다.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 법은 야당 당수인 투스크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고 있다. 이 법안은 2007년 이후 러시아가 끼친 영향력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행동한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공직 참여를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법률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시민들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은 2017년부터 대법원 산하에 판사징계위원회를 설치해 판사 징계에 관여해 왔고, 2018년에는 하원이 법관을 인선하는 위원회 위원을 지명하는 제도까지 시행했다. 사법부 관여 정책은 EU로부터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과 함께 효력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폴란드가 EU의 방침을 따르지 않자 EU집행위원회가 폴란드 지원금 동결하는 등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민주주의는 '침묵 속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 침묵은 끝났고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로 재임하고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5년 임기를 마친 뒤 국내 정치로 돌아왔다. 폴란드의 자유화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폴란드에선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PiS)과 야당 시민강령당 모두 과반을 점유하진 못할 것으로 현지에선 예상하고 있다. 폴란드는 민족주의 성향 보수 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2015년 집권한 이후 법치주의 훼손, 성소수자 권리 제한 등과 관련해 EU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