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 간부 구속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노조 회계장부 공개와 근로시간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정 갈등이 쌓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정부와 노동계의 공식 대화채널이 모두 닫히게 된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에 계속 참여할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장소를 한국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여의도가 아니라 광양으로 정한 것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경찰이 체포, 구속한 데 항의하는 차원이다. 앞서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이 체포된 데 이어 사무처장까지 구속되면서 한국노총 내부 분위기는 경사노위 탈퇴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가 현실화하면 정부의 노동개혁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경사노위 전신) 탈퇴 이후 한 번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달리 수차례 탈퇴와 복귀를 거듭하면서도 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유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당선 직후 한국노총을 찾아 “늘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노동개혁에서 노동계의 협조를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20만 명 넘는 조합원을 둔 한국노총이 등을 돌리는 건 정부·여당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태를 두고 정부 대처가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1박2일 노숙시위 이후 정부가 노동계 불법 시위에 강력 대처하기로 한 건 법치 확립 차원에서 맞지만, 한국노총의 ‘1인 농성’까지 강경 진압하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노조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줘야 하는데 정부는 노조를 개혁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