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 자기 강의노트를 모두 태우라는 유언은 유명하다. 편지 쓰기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용건이 있을 때나 친구들이 닦달할 때만 답장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도시 생활이나 살롱 문화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완벽하게 성공하진 못했다. 글래스고대 도덕철학 강좌교수로 있을 때 그의 강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학생들이 남긴 강의노트는 지금까지 남아 그의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귀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최근 국내 출간된 <애덤 스미스>(한국경제신문)는 그에 대한 흔치 않은 평전이다. 2018년 세상을 떠난 저자 니콜라스 필립슨은 에든버러대 역사학과 명예연구원이자 전기 작가로 활동하면서 2010년 이 책을 펴냈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뉴요커 등에서 호평받은 화제의 책이다.
책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학생들이 남긴 강의노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그의 전 생애를 살펴보고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속 사상을 면밀히 추적한다.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스미스 개인의 삶과 지적 발전 과정을 당시 정치·사회적 배경과 함께 담고 있다.
스미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는 1748년부터 대학에서 강의했는데, 인기가 많아 연간 100파운드를 벌었다. 다른 교수들보다 훨씬 많은 액수였다.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스미스는 다른 교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격식을 따지는 경직성과 현학적인 경향이 전혀 없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