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1m 쇠사슬 감긴 채 쓰러진 50대 男…어떤 사연이

입력 2023-06-04 10:23
수정 2023-06-04 10:47

경찰이 목에 1m 길이 쇠사슬이 감긴 채 놀이터에 쓰러져 있던 50대 남성을 구조했다. 해당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그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경찰에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놀이터에 어제부터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며칠간 비를 맞은 탓에 안색이 창백하고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119 대원과 A 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경찰은 그의 목 폴라티 속에 1m 길이의 쇠사슬이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쇠사슬은 119 대원들이 절단했다. A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돼 있어서다. 이후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간 A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듯한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씨가 60대인 형 B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A씨는 "형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신원 인도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를 폭행 등의 용의자로 추정, 주소를 수소문해 B씨를 만나 임의동행했다.

B씨는 동생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족의 사연을 경찰에 털어놨다. A씨와 자신은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았고, 이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B씨가 폐지를 주워 파는 돈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오래전부터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하며 살았다. 이에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술만 마시고 사고를 치는 동생에게 화가 난 B씨가 동생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동생을 폭행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다만 경찰은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을 돕기로 했다.

경찰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씨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했으며,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에게 물질·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주목해 각종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