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삼성전자 입사를 결심하고 직업계고에 진학한 학생은 졸업 전에 꿈을 이뤘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군에 간 장병은 군대에서 사이버대학을 수료했다. 전역과 동시에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고졸인재 채용 엑스포’에서 만난 학생들은 말 그대로 ‘준비된 인재’였다. 선명한 꿈을 안고 인생 항로를 개척하려는 뜨거운 열정이 뿜어져 나왔다. 앳된 겉모습과 달리 미래에 대한 생각은 진지하고 깊었다.
기업도 그들을 원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실무 능력,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준비가 됐고 기업들은 젊은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만남을 위한 장소가 간절했고 고졸인재 채용 엑스포는 갈증을 풀어주는 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3만5000명이 넘는 학생과 군인, 학부모가 찾아왔다. 2만1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현장에서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면접을 본 일부 지원자는 다음달 말부터 출근하게 됐다고 한다.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하지만 많은 고졸 인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직업계고 졸업 예정자의 45.2%(2022년 기준)가 취업 대신 진학을 택했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직업계고 취업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어서다. 생산기지 해외 이전, 정보기술(IT) 자동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고졸 인재 수요도 줄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증가는 오히려 고졸의 취업 기회를 축소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다.
이는 모두에게 손해다.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인식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적처럼 사교육을 과열시키고 이는 가계 부담과 청년 노동시장의 고학력화로 인한 중소기업 구인난을 낳아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고졸 인재를 키우고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이유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직업계고 졸업생 채용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검토해볼 만하다.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선취업 후진학 구조를 탄탄히 해 교육에 대한 갈증도 풀어줘야 한다. 현장에선 만난 학생들은 준비가 돼 있었다. 이제 정부가 적극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