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18억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슬람권 국가나 도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바그다드, 다마스쿠스, 사마르칸트 등이 어느 나라 도시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종교 너머 도시>는 이런 이슬람권 도시에 대한 책이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카이로, 예루살렘, 바그다드, 이스탄불, 두바이, 쿠알라룸푸르 등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 김수완은 한국외국어대 교수다. 그는 “인류 역사상 서양이 본격적으로 세계사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15세기에 이르러 포르투갈이 인도 신항로를 개척하기 전 중동과 중앙아시아, 동아시아는 이미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때 그 중심에 지금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있었다. 바그다드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지나는 평야에 자리하고 있다. 그 지역엔 사실 많은 고대 도시가 있었다.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곳에 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최대 도시 바빌론이 대표적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던 바그다드는 762년 아바스 왕조의 제2대 할리파 알 만수르가 바그다드를 새 수도로 삼으면서 빠르게 발전했다. 8세기 말에는 인구가 7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가 됐다. 무역 중심지이자 이슬람 세계 학문의 중심지였다.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천일야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무대가 바로 바그다드였다는 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영광은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했다. 왕조가 바뀌면서, 몽골제국의 침략을 받으면서 시가지가 파괴됐다. 이슬람권 정치 중심지에서 한낱 지방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1932년 이라크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수도가 된 바그다드는 다시 부상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전쟁과 그 후의 내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책은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차게 설명한다. 그러나 위키백과를 읽는 듯 무미건조한 서술은 아쉽다. 또 우리가 왜 이슬람 도시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서구 중심적 시각을 극복하고, 옛날 화려했던 그 지역의 영광을 아는 것은 좋다. 다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슬람 도시를 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좀 더 와닿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