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2일 17: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에 본격적으로 주주 행동에 나서며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CGI의 주주서한 소식에 이날 DB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86%)까지 오른 2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DB하이텍은 4.28% 올랐다. KCGI는 전날 장 마감 이후 DB하이텍이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대면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공개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보통주 312만8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지난 4월20일부터 세 차례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냈으나 DB하이텍 측이 대면협의 일정 협의를 무기한 연기해 주주서한을 공개하기로 판단했다. KCGI는 "주주 협의 요청 과정을 통해 DB하이텍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며 "주주서한 공개만이 DB하이텍의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 이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DB하이텍 측은 "준비할 자료가 방대해 시일이 걸리고 있는 것이지 대면 협의 거부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KCGI의 주주서한은 △KCGI가 생각하는 좋은 거버넌스의 모습 △DB하이텍의 글로벌 경쟁력과 우수한 사업역량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안 등이 담겼다. 특히 DB하이텍의 저평가 요인으로 후진적 거버넌스를 꼽으며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제안했다.
시장에선 KCGI가 본격적으로 DB그룹 경영권을 놓고 김남호 회장과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 간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KCGI는 주주서한에서 DB하이텍의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요구했다. KCGI는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처럼 경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주를 위한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고 주주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KCGI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추가 신설 등을 제시하면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 경영을 요구했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돼 회장직을 내려놨다. 2019년엔 가사도우미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 혐의로 긴급 체포된 후 구속 송치, 2020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부터 미등기임원(경영자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KCGI는 이들이 지나친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창업회장은 지난해 상근 경영자문 역할로 31억2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김 회장은 37억100만원을 받았다.
기부금 지출 규모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2021년 DB하이텍의 기부금은 102억원으로 2019년 600만원, 2020년 4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김준기문화재단을 DB그룹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김준기문화재단은 지난해 DB 지분을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매각하는 등 DB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앞서 김 창업회장의 성추문 사건 이후 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김 창업회장이 DB 지분을 11.61%에서 15.91%로 늘렸다. 김 회장 지분율(16.83%)과 근소한 격차를 두고 있는 데다 김 회장 누나 김주원 부회장이 부친의 우호 세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부회장 지분과 김 창업회장 지분을 합치면 25.78%로 김 회장 지분을 웃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