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이달 말 7년 만에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한다. 한일 양국의 인적 교류와 공급망 협력 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국제차관보)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차관급)과 만나 오는 29일 일본 도쿄에서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2006년 시작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16년 제7차 회의를 끝으로 7년여간 중단됐다. 2017년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영향이다.
한일 양국은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 경제동향,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후속 조치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의 협력, 제3국 인프라 투자 관련 협력, 양자 및 역내 금융 협력, 세제·관세 등의 협력 사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사진)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제2차 아랍에미리트(UAE) 투자협력위원회에서 "일본과의 인적 교류 심화 등을 위해 양국 항공편을 하계 성수기까지 주 1000회 수준으로 증편하겠다"며 "반도체·에너지·과학기술 분야 대화채널을 신설·복원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연내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 진출을 위한 양국 기관 간 협력을 연내 구축해 경제 협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일본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 등 인프라 투자 기관 간 협력, 수출입은행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정책금융기관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5월 수출은 조업일 감소 등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이 이어졌지만, 일부 긍정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수출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2% 줄어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9.3% 줄었다.
추 부총리는 "그간 주요 수출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던 대중 수출은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고 반도체는 가격 하락에도 수출 물량이 확대되며 4월보다 수출이 개선됐다"며 "올해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자동차, 양극재를 포함한 이차전지 등도 수출 증가세를 지속한 결과 5월 일평균 수출액이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4억 달러를 상회하는 등 4월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UAE 투자 협력 강화 방침도 강조했다. 그는 "UAE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을 가속할 수 있도록 투자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한-UAE 경제 공동위 등 고위급 대화, 국내·현지 투자설명회 개최, 코트라(KOTRA) 내 투자 지원 창구 지정 등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 집행을 전방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UAE는 지난 1월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등을 6대 우선 투자 협력 분야로 선정하고 한국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