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동방신기?…'SM과 갈등' 엑소 첸백시 매출 들여다보니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3-06-04 10:00

자신들을 발굴한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그룹 엑소(EXO)의 멤버 백현, 시우민, 첸(이하 첸백시, EXO-CBX)가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SM 측이 정산 세부 자료 제공 등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엑소는 2012년 한중 동시 데뷔로 화제를 모았던 그룹으로 이듬해인 2013년부터 각종 시상식 대상을 휩쓴 것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첸백시를 포함한 7명의 멤버들이 SM과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 알려진만큼, 이들과 SM의 갈등은 충격을 안겼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첸백시와 SM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 1일 주가는 전일 대비 7.2% 내린 10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첸백시는 엑소 내에서 3인조 유닛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백현과 시우민은 엑소 내에서도 코어 팬덤이 탄탄한 인물로 꼽힌다. 이들이 유닛으로 활동할 때 '다람쥐즈'라는 별명을 팬들이 지어줬을 정도. 2016년 첫 미니앨범 '헤이 마마!'(Hey Mama!)를 발표한 후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SM은 "엑소의 2016년 누적 앨범 판매량이 213만장을 돌파했다"며 "이중 첸백시 '헤이 마마!'가 약 27만6000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8년 4월 첸백시가 '헤이 마마!' 발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인 두 번째 미니앨범 '블루밍 데이즈'(Blooming Days)는 공개와 동시에 차트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18 상반기 SM 음반 전체 매출에서 첸백시는 3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백현은 솔로로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2019년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시티 라이츠'(City Lights)는 발매 전 선주문량만 40만 장을 돌파했다. 발매 당일 하루에만 총 26만 4806장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는 당시 역대 모든 솔로 가수의 초동(발매 후 일주일 간 음반 판매량)을 하루 만에 경신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후 멤버들의 군 입대, 첸의 결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엑소 활동은 주춤해졌다. 맏형이었던 시우민이 2019년 5월 현역으로 입대한 것을 시작으로 첸이 2020년 1월, 백현이 2021년 5월 입대하는 등 멤버들의 군 복무로 엑소 완전체 활동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 때문에 올해 3분기로 예정된 엑소의 정규 7집 발매에 팬들의 염원이 더욱 깊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엑소가 막강한 음반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첸백시의 분쟁이 SM을 휘청이게 흔들리게 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M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보다 강점으로 꼽히는 '다양한 라인업'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SM 예상 매출액, 영업이익은 1조77억 원, 1375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 대비 18.4%,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도영 한국투자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에스파, NCT도재정 앨범 발매, NCT드림과 레드벨벳 투어 등 핵심 라인업들의 활동이 많아졌고, 1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라이크기획향 인세 제거 효과(별도 매출 6%, 연간 250억원 가량)가 실적에 드러날 것"이라며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에스파와 함께 가장 많은 앨범 판매량을 올리는 NCT드림의 앨범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2019년까지 엑소가 SM의 음반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2020년 이후 NCT가 압도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NCT드림의 경우 지난해 누적 음반 판매량은 561만장을 넘겼다. 여기에 에스파 역시 빠르게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5월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월드'(MY WORLD)의 경우 201만장이 넘는 판매 수치를 보였다.

엑소는 아직 공지된 투어 일정이 없지만, 올해 3분기까지 레드벨벳, 에스파, 동방신기, NCT드림, 슈퍼주니어, 태연 등 약 60회 정도의 콘서트 일정도 공지된 상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라이크기획향 로열티가 제거된 만큼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 활동 증가에 따라 가파른 실적 상승이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1568억원(+72%)의 영업이익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매출이 아니라 이미지 문제 아니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SM은 H.O.T.와 동방신기 등 당대 최고 정상의 그룹을 배출했지만, 멤버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문제 삼으며 갈등이 불거졌다. 반복되는 분쟁이 SM의 신뢰도를 하락시킨다는 것.

외국인 멤버들이 이탈할 때에도 어김없이 '전속계약'을 문제삼았다. 엑소는 데뷔 당시 12인조였지만, 첸백시에 앞서 중국 국적 멤버들이 연이어 전속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걸고 탈퇴한 탓에 현재는 공식적으로 9인조다.

외국인 멤버의 이탈에는 "비둘기"라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소송을 제기한 멤버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이번엔 한국인 멤버들과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SM은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보다는 이들을 흔든 외부 세력을 비판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SM은 "자사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이중계약을 맺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며 법적으로 대응할 의사를 밝혔다.

첸백시 측은 SM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하면서 "정산자료 요구 등 본인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결심은 저희 아티스트들이 오랜 고민과 고뇌를 거듭한 끝에 스스로 한 것이지 어떤 세력이 개입해 한 것이 결단코 아니다"고 전했다.

SM과 갈등에도 엑소 활동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첸백시 측 법률대리인은 "SM과 전속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다른 엑소 멤버들과 함께 팀 활동을 계속하는 방안은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은 엑소 11주년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도 함께 진행한 것은 물론, 앨범 작업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