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을 앞세워 고성능 타이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지속적 원천기술 개발과 체계적 개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이엔드 슈퍼카에도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넓힐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이탈리아 하이엔드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주관하는 레이싱 대회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시리즈에 레이싱 타이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독점 공급 계약으로 2023시즌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에보2' 차량은 한국타이어의 고성능 레이싱 타이어 '벤투스(Ventus)'를 장착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대회는 극한의 환경에서 타이어를 테스트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절호의 기회로,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에는 좋은 무대"라면서 "슈퍼카 브랜드가 진행하는 모터스포츠 대회에 타이어 독점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브랜드 가치 상승과 함께 타이어의 기술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최고 수준 고성능 레이싱 타이어 기술력을 선보이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한국(HANKOOK)'의 위상도 제고할 계획이다.
엄격한 검증 과정..."5년 이상의 혹독한 준비과정"타이어 업계에서 신차용 타이어 공급 계약은 단순히 판매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사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서다. 개발 기간 동안 어느 한 과정이라도 완성차 브랜드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급 과정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을 위해서는 △개발 여부 검토 △시험용 설비 제작 △샘플 제품 생산 △피드백을 반영한 스펙 수정 △생산 시스템 검증 △양산 실제 차 테스트 등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 과정을 마쳐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은 길게는 5년 넘게 상상 이상의 혹독한 준비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오랜 기간 지속 축적해온 테스트 노하우와 데이터가 곧 기술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성능 타이어의 실차 테스트 과정은 더욱 까다롭다. 예를 들어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고성능 슈퍼카에 타이어가 장착되려면 동일한 수준이나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 차량에 타이어를 장착해 실제로 테스트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은 완벽한 초고성능 타이어를 개발하는 기반이 된다.
한국타이어 또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타이어를 공급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5년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처음 파트너십을 맺었다. 실제 준비 기간은 훨씬 이전부터였다. 현재는 4도어 스포츠 세단 4도어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 고성능 스포츠 로드스터 '718 박스터',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마칸', 슈퍼 프리미엄 SUV '카이엔'에 공급 중이다.
2021년에는 포르쉐 최초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를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했다. 축적된 연구개발 노하우는 아우디의 고성능 브랜드 'RS(Renn Sport)' 라인업과 BMW의 고성능 브랜드 'M'까지 신차용 타이어 공급 파트너십 영역을 넓히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5월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어 테스트 트랙 '한국테크노링'을 열고 실제 차 테스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테스트 트랙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투자되는 시설 중 하나"라며 "타이어의 경우 실제 지면과 맞닿는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극단적인 도로 상황에서의 체계적 테스트는 하이테크 기업에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