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욕실서 뭐하는지 다 훔쳐봤다"…은밀한 영상에 '발칵'

입력 2023-06-01 04:57
수정 2023-06-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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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개인 사생활 침해로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3000만달러(약 409억원) 이상을 합의금으로 지불하게 됐다.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음성비서 알렉사의 사생활 침해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향후 사생활 보호 문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3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FTC는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의 프로필을 통해 어린이 수천명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보유해 FTC 법과 어린이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아마존에 소송을 진행해왔다. 아마존이 최근에 이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25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FTC는 아마존의 스마트홈 및 홈 보안 서비스인 '링'이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사업관행을 금지하는 FTC 법의 일부를 위반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아마존은 58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링 사업부 관계자들은 링의 초인종 제품이 장착된 보안 카메라를 통해 고객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TC는 링이 카메라를 작동시킬 필요가 없을 때도 제3자 계약자에게 고객 동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해 고객 정보를 유출시켰다고 주장했다. FTC는 2017년 7월 이전에는 링 직원과 우크라이나에 있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어떤 제한 없이 모든 고객의 동영상에 접근하고 내려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FTC가 밝힌 사례에 따르면 실제로 2017년 6~8월에 링의 한 직원은 안방, 욕실 등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최소 81명 여성의 동영상 수천 개를 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9월 링이 직원들의 동영상 접근을 제한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링 직원 수백명과 우크라이나 하청업체 계약자가 동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게 FTC의 판단이다.

FTC는 "링이 2019년 2월 이전에 부적절한 접근을 모니터링하고 감지하는 기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에 부적절하게 접근한 사례가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2018년에 링을 10억달러에 인수해 현재는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이 거래 이후 아마존은 스마트홈과 홈 보안 사업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사생활 보호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