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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정부·민간·해외투자라는 세 가지 성장동력을 잃고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0년 간 급격히 늘어난 국가 부채가 정부와 가계를 짓누르고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해외 기업 유치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GDP의 300% '부채폭탄' 터지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불과 몇달 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규제를 해제해 사람들이 외식을 하고 여행에 돈을 많이 쓸 때만 해도 전망이 더 좋았다"라며 "하지만 리오프닝의 흥분 상태가 가라앉으면서 수년 간 쌓여온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10년 이상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상 호황과 정부의 과잉 투자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간 중국이 이 두 가지 정책을 시행하며 부채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10년 간 미국 국가부채가 25조달러 늘어난 반면 중국은 37조달러(약4경8000조)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 역시 295%로 미국(257%)보다 높았다. 지난해 중국 부채는 약 52조달러로 다른 신흥국 미상환부채를 모두 더한 것보다 많았다.
경제학자들은 늘어난 부채 부담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책이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정책의 효과를 반감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방정부에 비공식 부채 기준을 설정해 부채 축소를 유도하고 있다. 선전, 정저우 등 지방정부는 공무원 혜택을 줄였고 일부 도시들은 교사 급여 지급을 연기했다. 2020년 말부터는 부동산 시장에 엄격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부동산 개발투자는 5.8% 감소했다.
지갑 닫은 중국인, 투자 접는 외국인 민간 중심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리오프닝 이후 민간 소비는 지난 3년 대비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처럼 극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4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지만 공장 생산, 수출, 투자 등 경제 지표는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WSJ는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를 저축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에서 찾았다. UN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소비는 연간 GDP의 약 38%로 미국(68%)과 비교해 매우 낮다. 청년 실업과 고령화 등 사회 문제도 소비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선진국에 비해 부실해 의료비와 생활비를 정부에 의존하기 어려워서다.
미·중 갈등은 중국의 해외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탈(脫)중국'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48% 감소한 1800억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GDP 대비 외국인 직접 투자는 2% 미만으로 10년 전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서방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인도와 베트남 등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경제성장률이 2~3%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이 올해 5.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뒤 2028년 3.4%까지 점차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 민간 소비 증가 가능성 등으로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WSJ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