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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의해 내년 1월부터 발효될 관세 조항을 공격하고 나섰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아직 역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아시아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당 관세 조항이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의 유럽 역내 조달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포스트 브렉시트 관세 조항이 내년에 발효되는 것은 너무 이르다. 2027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당시 마련된 관세 규정에 의하면 EU와 영국을 오가는 전기자동차 등 수출품목은 부품의 45%를 두 지역에서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해당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10%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칼레니우스는 "유럽 배터리 산업의 생산 능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영국 측 파트너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지금 정해진 시간표대로 내년부터 관세 조항을 발동하는 건 EU와 영국 모두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한 자리는 프랑스 북부 두브랭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 개관식에서다. 이날 프랑스(토탈에너지), 독일(벤츠), 이탈리아(스텔란티스)가 합작한 유럽 배터리 제조사 오토모티브셀컴퍼니(ACC)가 유럽에 짓기로한 '배터리 밸리'의 첫 번째 공장이 문을 열었다. ACC 첫 공장이 올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은 하반기에 연간 13기가와트시(GWh)로 시작해 2030년까지 연간 4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ACC는 최종적으로 연간 200만 개의 배터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도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 2027년이 새로운 브렉시트 관세 규정의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시작 날짜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바레스는 관세 조항 연기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유럽자동차 업계 리더다. 스텔란티스가 소유한 영국 자동차 제조사 복스홀은 "관세 문제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영국 엘스미어 항구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날 칼레니우스의 발언은 타바레스의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공개적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