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내내 비가 왔다. 건식 사우나 같다는 5월 말 아랍에미리트의 40도 열기를 무릅쓰고 방문한 우리 일행을 맞이하듯, 그렇게 내렸다. 며칠째 내리는 비를 보니 작년 여름 장맛비를 맞으며 신의 축복이라고 좋아하던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손님들이 떠올랐다.
10년 전 처음 만난 아랍에미리트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동방의 이국적 풍경을 본 마르코 폴로의 감상이 그랬을까, 아니면 청나라 문물을 마주한 연암의 감탄이 그랬을까. 알시프에서 전통 먹거리와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국적 신비감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에서 대역 없이 외벽을 탔다는 마천루 부르즈칼리파나 바람의 저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한 듯 서 있는 동전 모양의 원형 건축물 알다헤드쿼터스, 그리고 호텔 곳곳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며 걸려 있던 사진 속 화려한 인공 섬 팜주메이라는 어떤 말로도 형언하기 어렵다. 그 옛날 아라비아 상인들이 다니던 사막을 떠올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다.
샤르자로 향하는 지금,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10년 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 함께 보였다. 사막 한가운데 푸르른 도시들이 ‘떡!’ 하고 나타나니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라는 말이 맞나 싶어 놀랍기만 하다. 9세기 바그다드에 세워진 번역 전문기관의 이름을 이어받았다는 ‘지혜의 집’ 앞에는 고대 아랍의 두루마리 책을 형상화한 영국 설치미술가의 작품이 힘있게 솟구치는 물줄기와 싱그러운 잔디밭 그리고 그 옆으로 즐비하게 서 있는 푸른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과거의 사막이 푸르른 초장이 되다니 사막식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사막식 천지개벽으로 꼽자면 사막에 부는 한류 바람을 빼놓기 어렵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이는 열사의 나라에 뜨거운 한국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동의 이 바람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때는 업무협약식 축하 행사로 등장한 K팝 커버댄스그룹의 화려한 꿈도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년 중동지역의 한국어 학습 열기 또한 대단했다. 7개국 10곳에 이르는 중동의 세종학당으로도 수요 대응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세종학당재단의 워크숍과 업무협약식을 대하는 현지 신문과 방송사들의 취재 경쟁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으며, 각종 SNS는 협력관계의 서막을 앞다퉈 전했다.
샤르자로 가는 길에 사막을 견뎌 온 불꽃나무가 강렬하게 피어있었다. 사막에 물줄기를 대 나무를 키워내듯, 우리의 문화 협력도 제2 중동 붐의 물줄기를 만나 강렬하게 피어오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