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바뀌지 않으면 포퓰리즘도 사라지지 않는다

입력 2023-05-30 17:59
수정 2023-05-31 09:23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당초 열세로 점쳐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투표 끝에 당선됐다. 가정용 천연가스 공짜, 인터넷 무료, 공공 근로자 임금 인상 등 선심성 공약이 먹힌 결과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튀르키예 경제 앞날엔 다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를 낮추기 위한 금리 인상을 한사코 반대한다. 은행과 부자에게만 이로운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저금리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를 세 명이나 교체할 정도로 강압적이다. 그 결과 물가 상승률은 50%를 넘고 리라화 가치는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튀르키예 경제가 머잖아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튀르키예 국민들은 또다시 에르도안을 선택했다. 앞으로 당할 고통도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반면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고소득자 세금 인상, 은행과 전력회사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징수 등의 반시장적 정책을 펼친 페드로 산체스 정권이 우파 연합에 패배했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개혁 없이 선심성 정책만으로는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을 타개해나갈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그리스 총선에서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이 예상외의 압승을 거뒀다. 국가 재정을 옥죄어온 연금과 복지를 줄이고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친 것이 기업 경쟁력 향상과 국가 신인도 상승으로 돌아오자 국민들도 몰표로 화답한 것이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만성적 재정 중독에 시달리던 남유럽 국가들도 퍼주기식 좌파 포퓰리즘과 결별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국가엔 미래가 없다. 포퓰리즘을 내세운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 승리와 권력 쟁취에만 골몰할 뿐, 정작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성장과 일자리에는 관심이 없다.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경제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 그들의 내심이자 생리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재정으로 경제난을 임시 봉합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부자와 대기업 탓을 한다. 오로지 눈 밝고 현명한 국민만이 이런 정치인들을 솎아낼 수 있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빚구덩이로 몰고 가는 정치를 끝장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