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웰패션은 택배시장 점유율 4위 로젠택배를 2021년 10월 인수했다. 그러자 경제계 일각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업의 특성이 다른 패션기업이 택배회사를 인수해 제대로 키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약 1년8개월 만에 코웰패션은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누그러뜨리는 인수합병(M&A)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로젠택배의 지난해 매출은 6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코웰패션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반영돼 ‘매출 1조 클럽’ 가입(전년 대비 77.0% 불어난 1조1933억원)이란 성과를 이뤄냈다.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지만, 매년 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로젠택배는 전국에 8개 터미널, 8547개 영업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중심의 중소형 화주에 특화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한 게 다른 택배사와의 차별점이다. 불규칙한 크기와 모양의 제품을 소화하는 데 강점이 있어 코웰패션과 시너지를 내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웰패션의 주요 판매 채널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로,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코웰패션은 로젠택배 인수 후 지금까지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주력해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너지 사업’을 구상할 방침이다.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은 “국내에서 자체 물류를 확보한 패션기업은 코웰이 유일하다”며 “기획, 디자인, 마케팅, 생산에 물류까지 더해지면 패션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택배는 대명화학 그룹 계열 패션기업의 물류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대명화학은 코웰패션 지분 48.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회계사 출신인 권오일 회장의 주도로 하고엘앤에프, 패션플러스 등을 통해 27개 패션기업, 200여 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본업인 화학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이(異) 업종 기업을 인수한 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한국 패션업계의 벅셔해서웨이’로 통한다.
이 회장은 코웰패션 자사몰인 코웰패션닷컴의 데이터베이스와 로젠택배의 물류·배송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결합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차세대 배송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